▲ 전북의 신입 공격수 티아고와 아드리아노(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전북현대와 울산현대가 K리그의 힘을 보여줬다. 20일 저녁 열린 201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차전 일정에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내용과 결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승리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2018시즌 가장 기대를 모은 두 팀이 그에 걸맞은 플레이로 승점 3점을 얻었다.

최강희 감독이 장기 집권하면서 ‘닥공(닥치고 공격)’이 팀의 철학으로 자리잡은 전북은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홍콩 키치SC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5골을 몰아치며 6-0 대승을 거뒀다. 홍콩 축구는 아시아에서 약체로 분류되지만, 최근 대대적인 투자와 외국인 선수 귀화, 우수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대회에서 울산이 키치와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로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등 고전했다. 올해 키치는 우루과이 스타 디에고 포를란, 스페인 라리가 경험을 갖춘 바도츠 등이 보강되어 더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 1차전 톈진취안젠과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졌으나 7분 간 세 골을 내준 상황 이외엔 견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무시무시한 슈팅력…기술적 자신감 오른 전북 화력

브라질 대표 출신 공격수 알레샨드리 파투, 벨기에 대표 출신 미드필더 악셀 비첼 등을 보유한 스타군단 톈진보다 전북의 화력이 강했다. 

전북은 전반 6분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14분 이승기의 슈팅에 이은 아드리아노의 리바운드 슛, 전반 25분 김진수의 중거리슛, 전반 32분 김진수의 크로스에 이은 티아고의 헤더가 연속에서 작렬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 이승기가 얻은 페널티킥을 아드리아노가 성공시켜 전반에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득점으로 이어진 장면 외에도 전북은 무수한 슈팅을 뿌리며 키치를 압도했다. 아드리아노의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 라이트백 이용이 시도한 하프 발리 슈팅, 이어진 레프트백 김진수의 왼발 중거리 슈팅 득점은 전북 선수단이 가진 기술적 자신감을 보여줬다. 

특급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와 티아고의 개인 능력 외에 국가 대표 출신 선수가 즐비한 전북은 K리그의 1강이라는 수식어외 더불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1강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시와레이솔과 1차전에서 환상적인 결승골을 넣었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 외에 전북 선수들은 공을 관리하고, 운반하고, 슈팅하는 기술적 측면과 피지컬 측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갖췄다. 

가시와를 상대로 3골을 넣은 전북은 키치에 6골을 몰아쳐 2경기 만에 9골을 넣었다. 전반전의 페이스를 후반전에도 유지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전북은 키치가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원정 경기의 피로를 감안해 후반전에는 템포를 조절했다. 두터운 스쿼드에 조직적 안정성, 기술적 자신감을 더한 전북은 막을 수 없는 팀처럼 보인다. K리그, ACL, FA컵 우승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과하지 않은 경기력이다.

▲ 단단해진 울산 ⓒ한국프로축구연맹


◆ 실리적인 속공, 폭풍영입 울산의 가능성

같은 날 J리그 챔피언 가와사키프론탈레를 안방에서 2-1로 꺾은 울산현대는 올해 전북의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로 꼽힌다. 울산은 일본 대표 출신 공격수 토요다, 지난해 대구FC에서 후반기 골폭풍을 일으킨 주니오, 국가대표 출신 윙어 황일수,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박주호, 전북 수비수 임종은 등을 영입하며 이적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여전히 오르샤라는 크랙이 건재한 울산은 가와사키와 경기에서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박주호를 배치하는 실험으로 성공을 거뒀다. 박주호는 중앙 전방과 왼쪽 측면 및 레프트백 영역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공이 흐르도록 했다. 크게 눈에 띄는 플레이는 아니지만 팀의 윤활류 역할을 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줬다.

토요다는 전방에서 부지런히 뛰며 부딪혔다. 가와사키는 일본 내에서도 집요하게 빌드업을 추구하고,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이다. 울산도 동계 훈련 내내 빌드업 훈련을 했으나 가와사키와 경기에선 선수비 후속공으로 대응했다. 좌우 측면에 발빠른 오르샤와 황일수를 배치해, 이들이 달려들 공간으로 빠르게 공을 투입해 역습했다.

황일수의 돌파는 가와사키를 지치게 했고, 오르샤의 돌파는 공간을 만들었다. 결국 오르샤가 자신에게 수비 견제를 몰아두고 내준 두 번의 패스로 정재용, 이영재의 중거리 슈팅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울산은 부지런했고, 효율적인 경기를 하며 2-0 리드를 잡았다. 경기 막판 한 골을 실점했던 점을 제외하면 끈끈한 경기를 했다. 이길 자격이 있었다.

김도훈 감독은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후반전에 가와사키의 기세가 오르자 후반 45분과 추가 시간에 세 장의 교체 카드를 차례로 쓰며 시간을 빼앗았다. 울산은 조별리그 최대 고비를 여겨진 멜버른빅토리와 원정 경기에서 3골을 넣고 비겼다. 유리한 무승부를 거뒀다. F조 최강으로 꼽히는 상하이상강이 2연승으로 앞서가는 상황이지만, 1승 1무를 거둬 희망적이다.

ACL에서 순항 중인 두 팀은 K리그1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전북은 K리그 챔피언, 울산은 FA컵 챔피언 자격으로 3월 1일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슈퍼컵의 대리전이다. 전북은 닥공의 기조를 유지하고, 울산은 신중한 역습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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