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이 안토니오 콘테는 어디 있었던건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뽑은 헤드라인이다. 잠시 주춤했던 '전술 요정' 콘테 감독의 탁월했던 맞춤 플랜. 21일(한국 시간) 첼시 경기 이후만큼은 경질 이야기가 쏙들어갔다. 그리고 반문했다. '어디 있다가 이제 왔는가.'

첼시는 이날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깼다. 잉글랜드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라리가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위기를 극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첼시의 대결. 경기 전 바르셀로나의 우위를 점치는 눈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첼시는 점유율을 내주고 실리를 취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유효슈팅 1개 기록하지 못했고, 동점골은 첼시 실수를 이끌어 내고서야 얻을 수 있었다.

그 나비효과는 콘테가 꺼내 든 카드에서 시작됐다. 알바로 모라타, 올리비에 지루가 있었지만 콘테의 선택은 제로톱. 페드로 아자르 윌리안으로 공격진을 꾸리고 중원에 알론소 파브레가스 캉테 모제스를 세웠다. 그리고 스리백에는 뤼디거 크리스텐센 아스필리쿠에타를, 골키퍼에는 티보 쿠르투아를 출격시켰다.

경기전 '도박'에 가까운 카드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리그 톱4 경쟁 중인 첼시는 최근 하위권 팀들을 연달아 만났다. 그러다 삐끗했다. 25라운드 본머스에 0-3으로, 26라운드 왓포드 1-4로 졌다. 당시 쓴 게 제로톱이었다. 콘테 감독은 27라운드에서 변화를 줬다. 지루를 앞세운 3-4-2-1로 바꿔 다시 승리를 낚았고 헐시티와 FA컵 16강에서도 역시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며 4-0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전. 그는 다시 제로톱을 꺼내들었다.

선수단 차이는 그 전과 꽤 컸다. 게리 케이힐, 티에무에 바카요코가 빠졌고 마르코스 알론소는 돌아왔다. 스리톱은 왓포드전과 같은 페드로 아자르 윌리안이었다. 효과는 완전히 달랐다. 변칙 카드는 바르셀로나에 혼선을 가져왔고 2선에서도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자원들이 효과적으로 공격을 이끌어갔다. 점유율은 완전히 내줬지만 실리는 확실히 쥔 첼시였다.

헐시티전에서 분위기를 탄 윌리안은 경기를 쥐락펴락했다.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린 뒤 결국 선제골을 뽑아내기에 이르렀다. 막판 윌리안 코피가 바로 지혈이 됐더라면, 막판 실수 하나가 아니었더라면 바르셀로나의 만회 골은 장담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콘테 감독은 경기전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들어갔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해 고통받을 준비가 됐다." 전에는 '고통받을'에 주목했지만 경기 후에는 '준비가 됐다'가 보다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선택한 건 '맞불'은 아니었다. 상대를 고려해 한 수 무르고 맞춤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2연패'를 안기고, 경질설로 몰아 세운 제로톱을 택한 그는 이날 누구보다 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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