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준(왼쪽), 이범영 ⓒ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남해, 김도곤 기자] 어느 팀이나 확고한 주전이 있는 포지션은 골키퍼다. 한 번 정해진 주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강원 FC는 이번 시즌 주전급 골키퍼 2명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시즌 36경기에 출전하며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활약한 이범영(28),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9경기에 출전한 김호준(33)이다. 김호준이 강원 이적을 결심하면서 강원은 K리그 최고의 골키퍼진을 보유하게 됐다.

김호준의 결심으로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게 됐다.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김호준은 은퇴 전 고향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여러 조건이 맞으면서 강원행이 성사됐다. 주전급 골키퍼가 2명이나 있는 강원이다. 로테이션이 가동될 수도 있고 한 선수가 특출난 활약을 보인다면 1명은 벤치에 있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 관계지만 이들은 단순 경쟁이 아닌 '윈윈'할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선택했다.

◆ 고향으로 온 김호준

강원은 이범영이란 확고한 주전이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 36경기에 출전했다. 딱 2경기 결장했다. 그런 팀으로 김호준이 왔다. 지난 시즌 제주에서보다 더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다. 김호준의 이적을 두고 이범영도 "처음에는 호준이형의 선택에 의아한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김호준이 강원을 선택한 이유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김호준은 "은퇴 전에는 반드시 강원에 오고 싶었다. 고향 팀이라 애정이 있었고, 좋은 기회가 와 이적을 결정했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기량이 떨어질 것이고, 도움이 되고 싶을 때 오고 싶었다"고 강원행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 김호준 ⓒ 한극프로축구연맹
◆ 색다른 경험, 발전 기회된 2017년

이범영과 김호준은 지난 시즌 각각 다른 경험을 했다. 이범영은 J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뛰다 K리그로 복귀했고, 김호준은 제주에서 이창근과 함께 로테이션으로 뛰었다. 각자에게 색다른 경험이 됐다.

유독 골키퍼의 J리그 진출이 많다.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빗셀 고베),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 많은 골키퍼들이 일본에서 뛰고 있다. 이범영은 그 이유를 일본 골키퍼들의 예상 밖 더딘 성장을 꼽았다. 이범영은 "J리그 유망주 골키퍼들의 성장이 더뎠다. 예를 들어 FC 도쿄에서 뛰던 곤다 슈이치(현 사간도스)가 병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다(곤다 슈이치는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J리그에 골키퍼 품귀현상이 생겼고 한국 골키퍼들을 많이 찾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범영에게 K리그와 J리그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J리그는 패스 게임에 집중하고 약팀과 강팀의 실력 차이가 꽤 있다. K리그는 좀 더 와일드한 경기를 하고 약팀과 강팀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K리그 복귀 시즌에 대해서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팬분들도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다"며 아쉽다고 했다.

김호준도 색다른 경험을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로테이션으로 이창근과 번갈아가며 뛰었다. 2016 시즌은 리그 기준으로 28경기, 2015년은 31경기, 2014년은 37경기를 뛰었다. 군에 입대한 2013년은 30경기를 뛰었다.

지난 시즌은 19경기, 이창근도 19경기를 뛰었다. 정확하게 반반 나눠서 뛰었다. 김호준은 "로테이션 경험은 나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경기에 못나가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번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한 번 쉬어 간다는 생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고 창근이와 이야기도 많이 했다. 경기에 나가면 열심히 뛰었고, 못나가면 열심히 응원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서로 다른 색다른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발전의 기회가 됐다.

◆ 한 명만 사는 경쟁이 아닌 둘 다 사는 공생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하는 이범영과 김호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 경쟁이 아닌 공생의 길을 택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인터뷰 내내 서로 밝게 웃고 장난도 치는 등 주전 경쟁 상대가 아닌 친한 동네 형·동생 같았다.

이범영은 "호준이 형이 오면서 더 긴장이 된다. 그래서 훈련을 열심히 하다보니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 같이 훈련하고 생활해보니 호준이 형에게 배울 점이 많다. 또 내가 부족한 부분을 호준이 형을 보면서 채운다. 누가 경기에 나갈지 모르지만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축구 인생에 있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호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프로에 와서 주전 경쟁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쟁은 프로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경기에 나가고 나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잘 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 이범영 ⓒ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범영이 본 김호준, 김호준이 본 이범영

이범영과 김호준에게 서로의 장점을 물었다. 이범영은 "호준이 형은 경기 운영이 안정적이고 빌드업이 뛰어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전체적인 경기 운영이 안정적이다"며 김호준의 장점을 꼽았다.

김호준은 "범영이는 신체조건이 좋다. 상대와 일대일 위기가 됐을 때 상대를 압도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공격수들이 슈팅을 할 곳이 없다?'는 느낌이 있다. 타고난 위치 선정도 강점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소 어려운 질문도 던져봤다. '그래도 이것만은 내가 상대보다 낫다는게 있다면'이었다. 김호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갸웃하며 "나이? 내가 범영이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경험은 그래도 많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범영은 김호준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김호준과 똑같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나이?"라고 같은 대답을 했다.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대답을 한 이범영을 보며 김호준은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이범영은 "그래도 호준이 형보다 어리니까. 신체적인 면에서는 낫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 이범영과 김호준이 꿈꾸는 2018년

이범영은 2018시즌 목표로 0점대 실점률을 꼽았다. 이범영은 지난 시즌 경기당 1.61골을 실점했다. 이범영은 "개인적으로는 프로에 데뷔한 후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처럼 많이 뛰지 못하더라도 꼭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하고 싶다.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팬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호준은 "경기에 나가든 나가지 않든 팀 성공에 일조하고 싶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나이가 됐다. 선참으로서 팀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고, 고향 팀에 온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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