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아이스하키 여자 단일팀을 이끈 새러 머리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남북 아이스하키 여자 단일팀을 이끈 새러 머리 감독은 분명 '정치적인 결정'에 의한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반대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남측 23명, 북측 12명의 선수들이 '원 팀'이 됐다고 생각한 시점은 놀랍게도 단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머리 감독은 23일 강릉 올림픽파크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인터뷰에 참가했다. 20일 스웨덴과 7~8위 결정전을 마치고 21일에는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쉴 틈이 없었다"면서 "아마 폐회식이 끝나고 나면 시간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저 한국 아이스하키 여자 대표 팀을 맡으러 한국에 온 머리 감독은 그의 예상보다 엄청나게 큰 일을 해냈다. IIHF(국제아이스하키연명) 르네 파젤 회장의 구상에서 시작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남북이 결정한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이끄는 수장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아직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은, 26살에 감독에 취임해 이제 30살이 된 그에게 뜻밖의 무거운 짐이 내려졌지만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의 '팀 본딩' 계획 아래 남측 23명과 북측 12명의 선수들은 한 팀이 됐다. 

2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난 20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잘된 일이라는 응답률이 50%로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 36%보다 높았다. 모름/응답 거절은 14%였다. 1월 30일~2월 1일 조사 때 잘된 일 40%, 잘못된 일 50%의 응답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긍정 여론이 부정 여론을 역전한 셈이다.

이 과정은 선수들에게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만난 몇몇 선수들은 단일팀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실력 차이가 있다. 머리 감독도 반대하는 선수들이 있었다는 걸 털어놨다. 그는 "먼저 선수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몇몇 선수들은 처음에는 반발했다. 하지만 북측 선수들과 나란히 앉아 웃는 사이가 됐다"며 지금은 아무 갈등도 없다고 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당장 시간이 부족했다. 머리 감독은 "가능한 많은 것을(북측 선수들에게) 알려줘야 했다. 매일 밤 비디오 미팅을 열었고, 훈련할 때마다 우리의 플레이북을 출력해 공유했다. 우리(한국)가 4년 동안 일궈온 과정을 단 열흘 만에 가르쳐야 했다. 선수들은 화합했다. 라커룸에 들어와 봤다면 아마 누가 남측 선수이고 북측 선수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단일팀 추진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논리는 '기회 박탈'에 대한 우려였다. 당연히 머리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머리 감독은 "가장 큰 걱정은 어쩌면 3명의 선수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뛸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두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우리는 한 팀이 됐다. (단일팀)결정이 내려진 뒤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다. 우리 선수들이 북측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단 이틀 뒤 우리는 서로를 한 팀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낀 순간이 많다. 가장 강렬한 기억은 개회식 공동 입장 순간이다. 함께 걷는 우리를 모두가 한 팀으로 여겼다"고 얘기했다. 

조별리그 3전 전패에 이어 순위 결정전까지 모두 5경기에서 전부 졌지만 모두가 큰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은 북측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그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어했다. 우리 선수들도 얻은 게 있다. 북측 선수들과 뛰면서 즐거워했다. 한 10년은 같이 뛴 선수들 같았다. 나에게도 큰 배움이었다.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단일팀으로 4년 뒤 올림픽에 나간다면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머리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진출권을 노리는 팀이다. 4년 남았다. 가능하면 많은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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