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The Machine’ 알버트 푸홀스가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타율은 .275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 23(이하 한국시간),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통산 50번째 멀티 홈런으로 시즌 23번째 홈런을 만들어낸 푸홀스는 장타율 .581과 순장타율 .306을 기록하며 엄청난 장타 생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68경기에서 홈런 23개를 기록한 푸홀스의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빠르다. 2009년 당시 푸홀스는 68경기에서 홈런 24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 .274 평균 25홈런에 그쳤던 푸홀스는 어떻게 반등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반등의 비결을 알기 위해선 먼저 푸홀스가 지난 3년간 왜 부진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난 2011년 시즌 종료 후, 푸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10년 계약을 원했던 푸홀스는 그러나 9년 계약을 제시받았고 결국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계약 기간에 관한 서로의 입장 차이도 분명했으나 푸홀스로서는 데뷔 이후 줄곧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라루사 감독의 부재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세인트루이스와의 재계약이 결렬되자 푸홀스에게 접근한 팀은 마이애미 말린스와 LA 에인절스였다. 마이애미는 1025000만 달러, 에인절스는 10254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마이애미가 속한 플로리다 주에서는 주세가 없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는 마이애미가 더 유리했으나 에인절스의 알투로 모레노 구단주가 히스패닉 계열이라는 점, 마이애미와는 달리 에인절스의 계약 내용에는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으며 옵션도 풍부하다는 점이 푸홀스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푸홀스는 에인절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2012년을 기점으로 푸홀스가 32세가 된다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타격왕들의 평균 나이는 28세이다. 지난 1,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통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선수들은 27세 전후로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30세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시작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2012년 당시 32세였던 푸홀스는 시즌 개막 후 22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하면서 굉장히 부진했다. 이 때문에 푸홀스는 1974년 윌리 맥코비(87타수 무홈런) 이후 한 팀에서 400개 이상의 홈런을 치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해 30홈런 105타점을 기록한 푸홀스는 매년 3할을 상회하던 타율이 .285로 하락해버렸다. 또한 푸홀스는 2002년부터 꾸준히 삼진 비율보다 높은 볼넷 비율을 유지했는데 2012년 당시 푸홀스의 삼진 비율(11.3%)은 볼넷 비율(7.8%)보다 확연히 높았다.

전성기 시절 푸홀스는 정확한 선구안으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이 정한 타격존 안으로 투수의 실투가 들어오면 여지없이 그 공을 쪼개버리는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그의 선구안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삼진 비율이 볼넷 비율보다 높았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형성되는 공에 스윙을 한 비율이 데뷔 이후 최고 수치인 36.4%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2012년 이전, 2011(31.8%)을 제외한 최고 수치는 2010년에 기록한 27.5%였다(푸홀스는 2008년부터 이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유인구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푸홀스는 슬라이더 상대 성적이 좋지 못했으며(.214 4홈런), 특히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2012년 슬라이더 상대 핫존


푸홀스가 에인절스 입단 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던 이유는 선구안이 무너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에 반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느려지는 배트 스피드의 변화는 푸홀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배트 스피드는 타구 속도와 비례하는데 푸홀스의 올 시즌 최고 타구 속도는 113마일이며 평균 타구 속도는 92.25마일로 마이크 트라웃(92.88)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 시즌 평균 타구 속도 순위

1. 스탠튼 : 97.73마일

2. 피더슨 : 94.22마일

3. 카브레라 : 93.75마일

4. 바티스타 : 93.66마일

5. 브론 : 93.58마일

18. 푸홀스 : 92.25마일

그렇다면 푸홀스는 올 시즌 어떻게 반등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올 시즌 푸홀스의 배트 스피드에는 변화가 없다. 대신 동체 시력과 투구 반응 속도 저하에 대비하기 위해 타격폼을 조정했다. 통산 세 번째 MVP를 수상했던 2009년에는 타격 준비 동작에서 팔꿈치의 위치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올 시즌에는 그 위치가 확연히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팔꿈치의 위치가 낮아지면서 투구에 좀 더 빨리 반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좀더 빠른 인아웃 스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푸홀스는 팔꿈치 동작의 조정을 통해 하락한 동체 시력과 투구 반응 속도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었다(최근 KBO리그 통산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 역시 타격 준비 동작을 조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타격에 임한다면 패스트볼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당겨쳤을 때 매우 강한 타구를 생산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타격의 단점은 밀어쳤을 때는 강한 타구를 생산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푸홀스는 밀어쳐서도 충분히 홈런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2002년부터 스플릿 기록을 집계한 팬그래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푸홀스가 구장 중앙이나 반대편으로 담장을 넘겨 기록한 홈런은 37.4%였지만 2012년 이후에는 28.5%로 그 비율이 확실히 낮아졌다. 그러나 당겨쳤을 때 기록한 홈런의 비율은 62.5%에서 71.4%로 무려 8.9%p가 상승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당겨쳤을 때 홈런을 기록한 비율이 82.6%로 매우 높을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 시즌 푸홀스가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당겨쳤을 때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타격 방법이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푸홀스의 올 시즌 이러한 타격 방법은 애드리안 곤잘레스와 매우 흡사하다.

2002년 이후 푸홀스의 홈런 방향 변화

2002-2011 : [Pull] 62.5% [Center] 25.7% [Opposite] 11.7%

2012 : [Pull] 70% [Center] 30% [Opposite] 0%

2013 : [Pull] 64.7% [Center] 35.3% [Opposite] 0%

2014 : [Pull] 67.8% [Center] 28.5% [Opposite] 3.5%

2015 : [Pull] 82.6% [Center] 13% [Opposite] 4.3%

또 하나 긍정적인 점은 올 시즌 이전까지 무너졌던 선구안이 조금은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푸홀스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2010(10.9%)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삼진 비율이 10%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푸홀스의 평균 삼진 비율은 11.3%이며 평균 볼넷 비율은 그보다 낮은 7.9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볼넷 비율은 7.4%로 평균을 유지하고 있으나 삼진 비율이 9.5%10%가 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3년간 평균 33.9%였던 스트라이크 바깥으로 형성된 공에 스윙한 비율이 올 시즌에는 32.1%1.8%p가 낮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장타 생산 능력이다. 푸홀스의 올 시즌 순장타율은 .306으로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세인트루이스 시절과 마찬가지로 40% 이상의 플라이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홈런이 플라이볼 중 차지하는 비중은 23.7%로 역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푸홀스의 올 시즌 장타 생산 능력은 세인트루이스 시절과 비견될만하다.

우리는 이제 30세 이후에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 본즈와 맥과이어 그리고 소사가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고 있으며 이들은 지금까지도 약물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이들과는 달리 약물 혐의에서 자유로운 프랭크 토마스, 켄 그리피 주니어, 짐 토미는 정확성과 파워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서 파워를 선택했다. 그리고 푸홀스는 토마스, 그리피 주니어, 토미와 같은 길을 선택했다.

생존하기 위해선 도태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푸홀스 역시 도태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고 현재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푸홀스가 꾸준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그의 새로운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약물시대 주요 타자들의 30세 시즌 이후 성적 변화

배리 본즈

21~29: .285/.394/.537 259홈런

30~42: .309/.482/.666 503홈런

마크 맥과이어

22~29: .249/.359/.509 229홈런

30~37: .277/.429/.674 354홈런

새미 소사

20~29: .264/.318/.493 273홈런

30~38: .283/.371/.579 336홈런

켄 그리피 주니어

19~29: .299/.380/.569 398홈런

30~40: .262/.355/.493 204홈런

프랭크 토마스

22~29: .330/.452/.600 257홈런

30~40: .276/.389/.515 254홈런

짐 토미

20~29: .284/.410/.545 233홈런

30~41: .270/.396/.561 379홈런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ESPN, 브룩스베이스볼, 베이스볼 서번트

[사진] 알버트 푸홀스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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