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을 대표해 신영석, 문성민, 안드레아스(왼쪽부터)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누구도 우리를 지목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이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최태웅 감독이 꺼낸 말이다. 납득하기 어려울 만했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이 부임한 이래 계속해서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2015~2016시즌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OK저축은행에 챔피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2016~2017시즌에는 정규 시즌 2위에 오른 뒤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를 예측할 때. 누구도 현대캐피탈을 언급하지 않았다. 몇 가지 물음표가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로 라이트 바로티를 영입하면서 문성민을 레프트로 돌리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2017 천안·넵스컵에서는 3전 전패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시즌 직전 바로티가 다치면서 대체 선수 안드레아스로 교체하는 악재도 있었다. 시즌 내내 준비한 포지션 변화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팀을 향한 불신은 마음에 걸렸다. 최 감독은 "3년 내내 현대캐피탈을 이끌면서 우승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 들었다. 선수 시절에는 들었는데, 감독이 되고 나서는 한번도 못 들었다. 기대치도 낮았다"고 털어놨다. 

그럴수록 최 감독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더 힘을 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을 거다. 현대캐피탈 선수로서 다들 자부심이 있다. 어찌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센터 신영석은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한 팀도 우리를 지목하지 않아서 자존심이 상하긴 했다. 3년째 정규 시즌 우승,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왔는데 거론이 안 된 게 조금 그랬다. 나는 늘 현대캐피탈이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다음 시즌에 또 지목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 환하게 웃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왼쪽 끝) ⓒ 한희재 기자
시즌 초반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다. 국내 선수들이 버티면서 안드레아스가 적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그 시간들이 모여 선수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주장 문성민은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긍정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훈련할 때도 긍정적으로 했고, 경기할 때도 밝게 재미있게 했다. 라운드가 지나면서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이겼을 때도 큰 고비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프로 스포츠에서는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맞다. 나는 우승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정의 힘이 우승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희생하면서 선수들끼리 신뢰가 쌓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런 팀 문화를 선수들이 만들어주고 있어서 감사하고, 그런 팀으로 계속 발전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선수들끼리 믿고 의지하며 달린 결과 우승을 이뤘다. 이제 최 감독 부임 이후 첫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신영석은 "2년 전 아픈 기억을 날릴 절호의 기회"라며 칼을 갈았다. 현대캐피탈은 2시즌 만에 다시 찾아온 통합 우승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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