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 밀란을 원정에서 이긴 아스널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아스널의 원정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스널은 9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열린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AC 밀란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산시로에서 2골이나 넣으며 이겨 홀가분한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 아스널은 들쑥날쑥이라는 표현이 알맞다. 나름 초반에는 상위권을 형성했지만 이후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그 6위에 머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은 4위까지 주어진다. 4위는 토트넘으로 승점 58점, 아스널은 45점으로 13점 차이나 난다. 잔여 경기를 생각해 볼 때 따라잡기 쉽지 않다.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려야 한다. 지난 시즌 맨유는 리그 6위에 그쳤지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으로 직행했다. AC 밀란전 승리로 8강 가능성을 높인 아스널에 남은 한 줄기 빛이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독 이번 시즌 아스널에 두드러지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미스터리에 가까운 원정 성적이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총 20경기를 했다. 7승 4무 9패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기이할 정도의 성적이다.

리그에서는 고작 3승 밖에 하지 못했다. 4번 비기고 8번이나 졌다. 반면 유로파리그에서는 4승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특히 조별 리그, 녹아웃 스테이지 할 것 없이 부담이 큰 장거리 원정이 많았다. 조별 리그에서는 크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바테(벨라루스), 녹아웃 스테이지 32강에서는 외스테르순드(스웨덴) 원정을 떠났다. 아스널은 위 장거리 원정 3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원정에서 패한 경기는 쾰른전 딱 1경기다. 이미 32강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외스테르순드에 이어 AC 밀란까지 잡으면서 원정 강세를 이어나갔다.

반면 리그 원정 성적은 처참하다. 15경기에서 3경기 밖에 이기지 못하고 8경기나 졌다. 문제는 딱히 강팀에만 진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 등 상위권 팀들에게 진 것은 그려러니 하지만 스토크 시티, 왓포드, 본머스, 스완지, 브라이턴 등 중하위권 팀들에 연달아 덜미를 잡혔다.

▲ AC 밀란전 승리로 기사회생한 아르센 벵거 감독
유로파리그가 조별 리그에 한해 한 수 아래 전력 팀과 묶여 승리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유독 장거리 원정이 많았고, 리그에서 유로파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게 전력이 약한 팀들에, 심지어 유로파리그처럼 원정 거리가 멀지도 않은 팀들에 덜미를 잡힌 것을 보면 아스널의 원정 성적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4위의 과학'으로 유명한 아스널이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다.

사실상 유로파리그 하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스널이다. 아스널에 다행인 점은 유로파리그는 원정 못지 않게 홈 성적도 좋다. 4경기에서 2승 1무 1패로 원정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1패는 외스테르순드와 32강 2차전이었는데, 앞선 1차전에서 3-0으로 이겨 2차전은 힘을 빼고 나섰다. 지긴 했지만 1, 2차전 합계 5-1로 16강에 진출했다.

리그에서는 부진하지만 유로파리그 원정에서는 호성적을 내는 기이한 아스널이다. 이미 리그 4위 진입은 물건너 간 상황이기 때문에 유로파리그만 집중해야 하는 아스널이다. 리그와 180도 다른 유로파리그 원정 성적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아스널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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