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아가씨’로 해성처럼 등장한 배우 김태리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숨 고르기에 나섰다. 곧바로 대중들의 눈에 보일 수도 있었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해야 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했다. 계절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실제 각 계절에 촬영해야 했다. 영화 만큼이나 느리고 의외의 행보를 걸었다.

결국 시기적으로 조금 더 늦게 촬영을 시작했던 영화 ‘1987’이 먼저 개봉을 했고, 해를 넘긴 2월 말, 드디어 ‘리틀 포레스트’가 빛을 봤다.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를 비롯해 배우 류준열, 진기주까지 젊은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와 힐링을 전한다. 도시 생활이 지친 김태리가 바로 내 자신이고, 그보다 먼저 고향으로 내려와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류준열이 바로 나다. 시골에서 태어나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진기주 역시 내 자신이다.

‘내 자신’과 대입해 영화를 즐기고, 굳이 무엇인가는 느낄 필요가 없다. 그 순간만큼 편안하고 따뜻한 그 무엇인가가 내 곁을 잠시 스쳐 지나간다면, 그것이면 됐다. 어쩌면 김태리가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한 이유 일수도 있다. 이유가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이유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리틀 포레스트’가 존재하고, 흥행에 성공한 이유다.

◆ 이하 김태리와 나눈 일문일답.

Q. 원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원작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이 되진 않았다. 시나리오가 한국적으로 각색을 어떻게 하고, 방향을 어떻게 잡아 가는지가 관건이었고, 고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원작에 대한 부담은, 그 느낌을 살리지 못할 걱정에서 시작되는데, 우리 영화는 원작과 다른 포인트로 만들어서 부담을 덜었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곽혜미 기자

Q. 혜원이 고향에 내려와서 ‘배고파서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 종종 그런 느낌을 받는다. 딱히 해결책은 없다. 배우가 아니라도, 하는 일이 반복되면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혜원 역시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가볍게 툭 한 말인데, 꺼내고 나니 진짜가 되는 그런 느낌이다. 혜원이 고향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밥을 차려서 먹는 것이다. 도시 생활에 지쳤을 혜원에게 가장 큰 욕구였을 것 같다.

Q. 사계절 중 가장 매력적인, 또 힘들었던 계절은 무엇인가.

두 가지 모두 겨울이다. 스태프들은 겨울이 정말 힘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겨울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작업이 되게 독특했다. 짐을 모두 싸 놓고, 눈이 오길 기다렸다.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눈이 오자마자 촬영지로 가서 시작했다. 눈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이 했다. 아무도 못 밟게 하고 출입도 혜원의 집 마당이 아니라 뒤에 있는 담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다녔다.

Q. 스케줄 조절이 힘들었을 것 같다.

중간에 ‘1987’ 촬영이 겹칠 뻔 했다.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결이 너무 다른 두 작품을 촬영해서 어려웠다. 적응하기가 어렵더라. 멀티가 안된다. 한번에 여러 영화를 찍는 배우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옆에 류준열 씨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Q. 1년 동안 혜원으로 살면서 김태리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는가.

내가 혜원을 만나서 뭐가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았다. 사계절 동안 촬영을 하면서 내 본연의 모습이 많이 투영 됐던 것 같다.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다. 특별하게 변한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Q. 임순례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리 영화와 아주 잘 어울리는 분 같다. 감독님은 ‘강’ 같다. 부드러운데, 되게 강단이 있으시다. 외유내강에 잘 맞는 분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굉장히 깊고, 배울 점도 많다. 인물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설계하시는 것 같았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곽혜미 기자

Q.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했을 당시 영화를 통해 위로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장르나 스타일이 국내 영화에서 간만에 보는 느낌의 영화였다. 선택한 이유 중 그것이 가장 컸다. 담담하고 소탈하고 조용한 종류의 이야기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끌렸다.

Q. 김태리만의 힐링법이 있나

바람을 좀 쐰다.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이 산에 가는 친구가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평소에는 고양이에게 많은 행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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