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미완의 대기' 유망주를 부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기준이 참 묘하다. 분명 기록이 중요한 야구지만 어쩐 일인지 2군에서 기록은 1군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 수많았던 '2군 본즈'와 '2군 커쇼'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던 이유다.

트랙맨 데이터는 이런 오류를 상당 부분 줄여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2군 선수의 2군끼리 기록이 아니라 그 선수가 갖고 있는 포텐셜을 1군 선수들과 비교할 수 있도록 고안됐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진주 하나를 찾았다. 한화 김재영이 주인공이다. 그가 갖고 있는 공의 능력은 이미 10승 투수급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만 아직 세상에 다 보여 주지 못했을 뿐이다.

김재영은 일단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다. 사이드암스로라는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정도로 힘 있고 묵직한 구위를 뽐낸다.

세부 데이터도 이런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김재영은 지난 시즌 1군에서 던진 투수 가운데 8위에 해당하는 패스트볼 회전수를 기록했다. 패스트볼 구위만 놓고 보면 손 꼽을 수 있다.

회전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그의 패스트볼은 볼 끝이 지저분하다. 그만큼 변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김재영의 패스트볼은 우타자 몸쪽으로 변한다. 좌타자에게는 달아나는 궤적을 그린다. 우타자에겐 압박감을 줄 수 있고 좌타자는 포인트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  김재영은 우투수 중 좌우 무브먼트(양의 값이 투수 시점 오른쪽)가 53.77cm나 됐다. 우투수 가운데 단연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이드암-언더핸드스로 투수들의 패스트볼은 대부분 우타자 몸쪽으로 휜다. 김재영은 그런 투수들 중에서도 단연 첫 손 꼽힌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킨 KIA 임기영보다 더 움직임이 심하고 패스트볼 구위로 인정받고 있는 한현희를 앞선다.

패스트볼이 볼 끝에는 힘이 있고 움직임도 심하다. 일단 A급 투수가 지닐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을 갖췄다는 걸 뜻한다.

또한 김재영은 스플리터에 강점을 갖고 있다. 패스트볼과 궁합이 매우 좋다.

김재영의 스플리터는 종으로 떨어지는 전형적인 궤적을 그리고 있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가상의 직선을 그렸을 때 김재영의 공은 그 밑으로 떨어진다. 스플리터의 낙폭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스플리터가 떨어지는 구종이지만 가상의 직선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건 쉽지 않다. 국내엔 윤근영과 김재영뿐이다. 윤근영은 패스트볼에 장점이 없는 투수지만 김재영은 패스트볼에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김재영의 패스트볼에 부담을 갖고 있는 타자들은 그 궤적에서 크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도 속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가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김재영은 선발 안착을 위해 커브를 장착하려 애쓰고 있다. 커브까지 좋은 궤적을 그리게 된다면 상대 타자들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김재영은 지낸해 20경기에 출장(선발은 15회)해 5승7패 평균 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구위는 10승 투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라는 걸 뽐냈다. 세부 데이터는 2군에서 어떤 좋은 기록을 보여 준 투수보다도 김재영이 앞서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김재영이 가진 재능을 모두 살려내며 진짜 10승 투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젊은 피에 목 마른 한화에 매우 중요한 씨앗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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