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빈이 LG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이젠 기대주에 머물 여유가 없다. 당장 팀의 초반 싸움에 힘을 보태야 한다. 롯데 투수 윤성빈 이야기다.

윤성빈은 지난해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올 시즌 신인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러나 여유 있게 기회를 주며 경험치를 쌓도록 기다려 줄 여유는 없다.

롯데는 박세웅이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당분간 거를 수 밖에 없다. 당장 윤성빈이 선발 로테이션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평가가 좋다는 뜻이다. 윤성빈은 지난 14일 LG와 시범 경기에 등판했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볼넷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대단한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후엔 호평이 많았다. 도망가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진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윤성빈은 공이 좋았다. 스트라이크에 공을 던진다. 보크가 있었지만, 신경쓰고 보완한다면 좋아질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실제 윤성빈의 구위는 어느 정도였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다. 윤성빈의 볼 끝이 어느 정도 위력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볼 끝에 힘이 있었다면 정규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볼 끝의 힘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에서 제구가 흔들릴 순 있어도 볼 끝의 힘이 변하지는 않는다.  

윤성빈의 공은 쟁쟁한 선배들과 비교해 봤을 때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윤성빈의 패스트볼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윤성빈은 이날 최고 구속 149km를 찍었다. 평균 구속이146.3km나 됐을 만큼 빠른 볼을 꾸준하게 던졌다. 이 정도 평균 구속은 KBO 리그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5회까지 던질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평균 구속만 놓고 보면 수준급 투수를 증명했다.

중요한 것은 패스트볼의 회전수와 무브먼트다. 단순히 공만 빨라서는 KBO 리그 타자들을 이겨 내기 힘들다. 볼 끝의 움직임이 살아 있을 때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윤성빈의 이날 패스트볼 회전수는 2397rpm이었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10위 기록인 2411.6rpm에 조금 모자란 성적이다. 하지만 이날은 한국에서 치른 정규 경기 첫 경기였다. 팔 스윙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팔 스윙이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회전수도 많아질 수 있다. 10위권 이내 진입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묵직한 패스트볼 구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상하 무브먼트도 인상적이었다. 윤성빈의 패스트볼 상하 무브먼트는 50.18cm였다. 그만큼 떠오르는 느낌을 상대 타자에게 심어 줬다는 뜻이다.

상하 무브먼트 10위 성적은 52.21cm였다. 이 역시 윤성빈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는 기록이다. 날이 풀리고 경기 감각이 좀 더 올라오게 되면 충분히 10위권 이내 진입이 가능할 적으로 보인다.

이는 적어도 윤성빈이 패스트볼 구위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순위 안에 있는 투수들 중에서 자신의 좋은 구위를 성과로 이어 가지 못하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윤성빈도 그런 길을 걸을 수 있다. 좋은 조건을 좋은 성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안정감 있는 볼 배합과 도망가지 않는 제구력이 필요하다.

윤성빈은 한국 프로 야구를 짊어지고 갈 재목이다. 세부 데이터도 그의 재능이 빼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윤성빈이 그 좋은 공을 제대로 쓰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롯데는 일단 윤성빈이 시즌 초반 타 팀들의 공세를 버텨 내 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팀은 물론 윤성빈의 성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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