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우타자 상대로 성적이 조금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좌타자들은 2할7리로 완벽에 가깝게 막았지만 우타자에겐 2할9푼8리로 피안타율이 올라갔다. 순장타 허용률(ISO)에서도 0.083과 0.12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좌투수가 우타자에게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양현종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양현종의 변화구를 분석해 보면 그 원인의 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양현종은 국내 리그 최상급 슬라이더를 던진다. 회전수도 좋지만 무브먼트가 압도적이다.
좌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크다. 무브먼트가 + 19.85라는 것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그만큼 많이 휘어져 나갔다는 걸 뜻한다. 우투수 최고인 해커의 꺾이는 각이 -15.21라는 것을 고려하면 양현종의 슬라이더가 얼마나 많이 휘어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양현종은 몸쪽 패스트볼 승부를 할 수 있는 투수다. 이런 투수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도 주 무기를 갖고 있다면 대단히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양현종이 어떻게 좌타자들을 압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현종은 슬라이더와 함께 속도 조절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커브에도 강점이 있다.
양현종은 좌투수가 던지는 커브에서도 26.09cm의 무브먼트로 9위에 올라 있다. 커브가 완전한 주 무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타이밍을 뺏기 위해 한 번씩 쓰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체인지업이다. 양현종은 체인지업에서 만큼은 큰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다. 무브먼트에서 1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체인지업만은 수준이 아주 높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양현종의 구종 가치 가운데 체인지업만이 마이너스(-6.1)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 승부가 잘 통해야 한다.
양현종이 우타자를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그래픽이다. 양현종은 우타자 몸쪽으로 과감한 승부를 할 줄 아는 투수다. 몸쪽 패스트볼(빨간색)로 대단히 많은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두 번째는 양현종이 우타자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그래픽이다. 몸쪽 승부는 다소 줄어드는 반면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파란색) 승부가 늘어난다. 그만큼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조금 더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체인지업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면 장기인 슬라이더를 보다 많이 우타자 몸쪽으로 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과감한 몸쪽 패스트볼 승부와 함께 좋은 콤비네이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새로운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어떤 무기를 꺼내 들 것인가. 2018년 시즌 그의 투구를 지켜볼 또 하나의 흥미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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