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의 가스파리니(왼쪽) 곽승석(가운데) 한선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조영준 기자]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지금까지 챔프전만 위해 운동하고 달려왔습니다. 고비가 올때마다 챔프전을 생각하면서 이겨냈죠. 지난 시즌 챔프전 5차전을 잊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정지석(23)의 결의는 남달랐다. 그는 지난 시즌 프로배구 V리그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다. 1년이 지난 현재, 대한항공은 다시 한번 현대캐피탈과 우승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대한항공은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1(23-25 25-20 25-22 32-30)로 물리쳤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자가 된 대한항공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역대 남자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이길 경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92%였다. 대한항공은 2차전을 잡으며 승부를 최종 3차전으로 이어갔다. 타이스(27, 네덜란드)와 박철우(33)를 앞세운 삼성화재는 3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돋보인 대한항공에 무릎을 꿇었다.

▲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박기원 감독(가운데) ⓒ 곽혜미 기자

국내 거포 없이 치른 올 시즌, 어려움 이겨내고 2년 연속 챔프전 진출

지난 시즌과 비교해 대한항공의 공격력은 떨어졌다. 팀의 기둥인 김학민(35)이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거포 신영수(36)는 하향세를 보였고 주전 세터 한선수(33)는 세트 초반 공격수와 호흡 난조로 애를 먹었다.

시즌 중반까지 대한항공은 5할대 승률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시즌 내내 선두 경쟁을 펼친 팀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였다. 전통의 라이벌인 두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대한항공은 거포를 잃은 대신 정지석과 곽승석의 탄탄한 수비와 리시브를 앞세워 조직력을 완성했다. 정지석과 곽승석은 리시브 순위에서 나란히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지석은 디그 1위 수비 2위에 오르며 궂은일을 도맡았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저와 (곽)승석이 형이 시즌을 반씩 치러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은 함께 경기에 출전했고 (대한항공은) 완성도 높은 팀이 됐다. 이번은 지난해와 다르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 2017~2018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정지석 ⓒ 곽혜미 기자

대한항공은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6~2017 시즌 '공격의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수비가 탄탄해졌다. 대한항공은 팀 수비와 디그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 이어 대한항공의 해결사로 활약한 가스파리니(34)는 득점 4위(863점)를 차지했다. 파다르(우리카드)와 타이스와 비교해 공격 비중은 떨어졌지만 올 시즌도 대한항공의 결정타를 책임졌다.

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8점 공격성공률 31.81%에 그쳤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25점 공격성공률 42.86%로 선전했고 3차전에서는 39점 공격성공률 52.38%라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지원한 정지석과 곽승석의 선전이 가스파리니의 공격 부담을 덜었다. 가스파리니는 "삼성화재에서는 타이스가 많이 때렸지만 우리 팀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받쳐줘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무관의 감독, 무관의 브라더스가 꿈꾸는 설욕과 첫 번째 우승

박기원(67) 대한항공 감독은 이탈리아 폴리에 구단과 이란 국가 대표 감독으로 활약했다. 이란 배구를 아시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그는 2007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팀을 정상에 올려놓지 못했다.

2011년부터는 남자 배구 국가 대표 감독을 맡았다. 그의 염원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6년 대한항공 감독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2016~2017 시즌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은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3번 모두 삼성화재와 맞붙었지만 '이인자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발목이 잡혀 눈물을 삼켰다.

박 감독과 대한항공 선수들은 누구보다 '우승'에 목말라 있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지금까지 챔프전만 위해 운동하고 달려왔다"며 결의를 다졌다.

▲ 현대캐피탈 선수들 ⓒ 한희재 기자

현대캐피탈은 남자 7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가장 낮다.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과 공수에 걸친 탄탄한 전력이 장점이다. 여기에 국내 최고 공격수와 미들 블로커로 꼽히는 문성민(32)과 신영석(32)이 버티고 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상대 전적은 3승 3패다. 어느 쪽의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결론짓기 어렵다.

플레이오프를 3차전에서 끝낸 대한항공은 체력에 부담이 있다. 정지석은 "2, 3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챔프전에 진출한 것이 힘이 될 수 있다"며 "(체력이) 없으면 있는 것까지 쥐어짜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챔피언 결정전은 5전3선승제로 진행된다. 고비처에서 집중력에서 이긴 팀이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두 팀이 맞붙는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24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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