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묵직한 패스트볼과 각도 큰 슬라이더가 장점이다. 슬라이더는 지난해 국내 좌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무브먼트를 기록한 바 있다.
양현종의 슬라이더는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으로 19.85cm가 휘어 들어갔다. 빠른 볼과 함께 좋은 콤비네이션을 이루며 많은 삼진을 잡아낸 공이었다.
하지만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양현종이 던지는 구종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6.1)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수치다. 그가 우타자에게 약했던 것도 체인지업의 무브먼트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구종이다. 우타자를 잡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종이기 때문이다.
우타자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기록한 그래픽이다. 몸쪽으로 과감하게 패스트볼을 꽂기보다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파란색)으로 헛방망이를 유도해 낸 비율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타자에게 거의 3할대 피안타율(.298)을 기록했던 양현종이다. 우타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잡아내기 위해선 체인지업의 업그레이드가 꼭 필요했다.
그리고 2018년 시즌 프로 야구가 개막했다. 양현종은 2차전 선발로 나섰다. kt는 거의 대부분 타자를 우타자로 배치하며 양현종을 압박했다. 하지만 결과는 양현종의 승리였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의미 있었던 것은 이날 양현종의 체인지업이 대단히 위력적이었다는 점이다.
양현종은 패스트볼을 제외한 변화구 가운데 가장 많은 21구를 체인지업으로 선택했다. 장기인 슬라이더는 9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우타자 중심 라인업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결과는 만점이었다. 양현종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8푼2리에 불과했다.
그 중심엔 체인지업이 있었다. 양현종의 체인지업은 21개 중 1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스트라이크존에 걸리는 공도 있었지만 대부분 헛스윙이었다. 헛스윙률이 77.8%나 됐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52.8%에 그쳤다.
상대가 양현종의 약점인 우타자를 중심으로 타순을 짜더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체인지업이 있다는 걸 보여 준 경기였다.
양현종이 체인지업까지 업그레이드를 시킨다면 마운드 위에서 보다 압도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 kt전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경기였다.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이유다.
양현종이 업그레이드 된 체인지업을 꾸준히 던지며 한층 더 발전한 투구를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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