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2스트라이크가 되면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긴장하게 된다.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여유 따윈 없다.

이럴 때 커브가 들어온다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투수가 커브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경우다. 각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빠르게 꺾일 수 있는 커브를 갖고 있는 투수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승부를 즐긴다.

두 번째는 유인구다. 위로 한번 크게 떠 올랐다가 떨어지는 공은 타자에게 일단 볼처럼 보인다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면 금상첨화. 혹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더라도 타자의 방망이를 유인할 수 있는 공으로는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이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에 강한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면면을 먼저 살펴보자.

1위는 삼성 박해민이다. 그리고 한화 하주석이 3할대 타율로는 턱걸이를 했다. 5위 이후로는 모두 2할대 이하였다. 그만큼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공략이 어려웠다는 걸 뜻한다.

눈에 띄는 것은 2위에 올라 있는 최형우다.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타율 3할 이상 타자 가운데 유일한 거포형 선수다.

A 팀 전력 분석원은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를 승부구로 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반대로 그만큼 타자들에게는 낯선 구종이다. 모든 타자들이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격 폼을 간결하게 바꾼다. 그것이 몸에 익숙한 콘택트형 타자들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 거포형인 최형우가 포함돼 있다는 건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그 비결에 대해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매 타석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형우의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 타율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그가 하나의 패턴으로만 밀어붙이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수치다. 순간 대응력이 매우 빠른 타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B 팀 전력분석원은 "최형우 같은 타자들은 수없이 많은 변화구를 보았을 것이다. 이런 거포형 선수들에게 패스트볼은 보여 주는 공이나 역을 찌르는 경우에 많이 쓰인다. 그렇다고 빠른 볼에 대한 대처를 안 할 수는 없다. 빠른 공을 머릿속에 넣어 둔 뒤에 변화구에 대한 공략을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커브를 잘 쳤다는 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승부에도 대비가 돼 있는 타자라 할 수 있다. 어설픈 변화구로 대처가 안되는 타자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그의 순간 대응력이 빼어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거포형 타자들은 자신의 스윙에 변화를 잘 주지 않는다. 메커니즘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형우는 그저 멀리만 치는 타자가 아니다.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지만 경우에 따라선 콘택트형으로 변신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 느리게 떨어지는 커브에 대한 대응력이 좋은 이유다. 중심을 뒤에 두고 짧게 콘택트할 수 있는 타격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적이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상황에 맞춰 가면서도 많은 홈런을 친다는 것은 그만큼 최형우가 자신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타자라는 걸 의미한다.

최형우는 최근 5시즌 가운데 3시즌에서 3할4푼 이상을 쳤다. 지난해 전까지 3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크게 치면서도 짧은 대응이 가능한 그의 타격 메커니즘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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