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청주,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넌 12살 소년은 챔피언이 되고 싶었다.
드디어 선 프로 종합격투기 무대. '탈북 청년' 장정혁(20, 코리안 탑팀/㈜성안세이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데뷔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다음,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31일 청주 충청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TFC 드림 5 한일전에서 4승 4무 무패 전적의 10대 천재 파이터 니시카와 야마토(17, 일본)에게 역전 KO승을 거뒀다. 1라운드 3분 12초 만이었다.
장정혁은 니시카와와 타격전을 펼치다가 기습적인 백스핀블로를 맞았다.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승기를 잡은 니시카와는 추가 파운딩을 내리쳤다. 겨우 일어난 장정혁을 펜스로 몰아 끝내기 펀치를 뻗었다.
그러나 장정혁은 포기하지 않고 맞불을 놨다. 여기서 물러나면 승리를 내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등을 펜스에 댔다. 두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카운터펀치를 휘둘렀다.
기 싸움에서 꺾이지 않은 장정혁의 펀치가 니시카와의 안면에 터지면서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기회를 잡은 장정혁은 초인처럼 힘을 냈다. 주춤주춤 물러나는 니시카와를 향해 돌진했다. 이번엔 반대로 니시카와를 펜스로 몰았고 펀치 연타를 쏟았다.
카운터펀치를 휘두르는 니시카와에게 다시 펀치 정타를 맞혔다. 니시카와는 코피를 흘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장정혁은 감격적인 프로 데뷔전 역전승에 눈물을 흘렸다.
케이지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힘들게 여기(한국)까지 날 데리고 오셨다. 효자가 되고 싶다"며 "대미지가 컸다. 난 한 번 목숨을 걸어 봤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고맙다. 겸손하게 선수 생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정혁은 2009년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 어머니와 두만강을 헤엄쳐 국경을 건넜다. 당시 12살이었다.
생존이 걸린 시련은 중국에서도 계속됐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외톨이가 된 장정혁은 살아남기 위해 힘을 키웠다. 헌 옷과 물이 든 페트병을 큰 포대에 넣어 만든 샌드백을 매일 두들겼다. 탈북 소년은 자신의 주먹으로 어머니를 지키고 싶었다.
그는 엇나가지 않았다. 분노와 울분을 담은 주먹은 곧 꿈을 실은 펀치로 바뀌었다. 파이터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2012년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노력했다. 코리안 탑팀에서 훈련하며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했다. 4번 이기고 4번 졌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용인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떠나 독립했다. 코리안 탑팀 근처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며 새벽 수산물 시장에 나가 돈을 번다.
장정혁은 삶이 힘들 때 탈북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예전에는 도움이 안 되는, 잊고 싶은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면 못할 게 없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니시카와는 첫 해외 원정에서 첫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제 만 15세. 그의 꿈도 장정혁처럼 UFC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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