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장정혁(20, 코리안 탑팀/㈜성안세이브)은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4승 4무 무패 전적의 '천재 10대 격투가' 니시카와 야마토(17, 일본)의 빠르고 강력한 백스핀블로에 중심을 잃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 KO패 위기를 맞았다.

장정혁은 2009년 12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두만강을 건넜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국경을 넘었다고 다가 아니었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왕따'를 당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됐다.

장정혁은 샌드백을 만들어 매일매일 두들겼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선 강해져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이때부터 탈북 소년은 챔피언을 꿈꿨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12년 한국에 정착하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코리안 탑팀에서 기술을 익히고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해 4번 이기고 4번 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새벽 수산 시장에서 일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그래서 질 수 없었다. 지난달 31일 청주 충청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TFC 드림 5 한일전에서 장정혁은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 장정혁은 프로 데뷔전에서 역전 KO로 이겼다. ⓒ청주, 이교덕 기자

니시카와는 어리지만 강했다. UFC 챔피언이 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까지 포기하고 훈련에만 집중하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니 무자비하게 덤볐다. 장정혁을 펜스까지 몰고 강펀치를 휘둘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장정혁은 담대해졌다. 여기서 물러나면 승리를 내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승부를 걸었다. 두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카운터펀치 맞불을 놨다. 

기 싸움에서 꺾이지 않은 장정혁의 의지가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무게가 실린 펀치가 니시카와의 안면에 터졌다. 충격을 받은 니시카와는 다리가 떨렸다.

기회를 잡은 장정혁은 초인처럼 힘을 냈다. 주춤주춤 물러나는 니시카와를 향해 돌진했다. 이번엔 반대로 니시카와를 펜스로 몰았고 펀치 연타를 쏟았다. 

12살 때부터 샌드백을 두들겨 온 주먹은 무거웠다. 결국 니시카와를 무너뜨렸다. 의지가 만들어 낸 감격적인 역전 KO승. 장정혁은 눈물을 쏟았다.

장정혁은 승리의 순간에 어머니를 떠올렸다. 케이지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힘들게 여기(한국)까지 날 데리고 오셨다. 효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승리했습니다"라고 외쳤다. "대미지가 컸다. 하지만 난 한 번 목숨을 걸어 봤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참을 수 있었다"고 했다. 

▲ 장정혁은 "목숨을 걸어 봤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주, 이교덕 기자

이날 TFC 드림 5에선 명승부가 대거 연출됐다.

킹콩짐 신예 김준교와 파라에스트라 청주 강민제의 웰터급 경기는 시종일관 짜릿했다. 강민제는 김준교의 강한 펀치를 수없이 허용해 눈두덩이 크게 부어올랐지만 그라운드 상황에서 리어네이키드초크를 시도하는 등 꺾이지 않았다. 김준교의 판정승.

킹콩짐 김병석은 대회 최고의 KO승을 따냈다. 투혼 정심관 서동현을 강펀치로 쓰러뜨렸다. T.A.P 복싱&레슬링의 희망 여승민은 극진 가라테 출신의 파라에스트라 청주 정호원에게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을 기록했다.

TFC 드림 5에선 한일전 다섯 경기가 펼쳐졌다. 한국 대표 이진세, 장정혁, 방재혁이 이겨 3-2 한국의 승리를 가져왔다.

이진세는 후사노 데츠야에게 1라운드 52초 TKO승을, 방재혁은 야마나카 겐지에게 3라운드 종료 판정승을 거뒀다.

이성호는 성급하게 전진하던 중 큰 테이크다운을 당했고, 착지 과정에서 손을 잘못 짚어 다쳤다. 메인이벤터 지상원은 경기를 잘 풀어가던 중 베테랑 키시노의 기습적인 펀치 러시를 막아내지 못하고 KO패 했다.

한편 TFC는 5월 넘버 시리즈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대회 일자 및 대진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 김준교(왼쪽)와 강민제의 난타전은 또 다른 명승부였다. ⓒ청주, 이교덕 기자

TFC 드림 5- 韓·日 5대 5 국가대항전 결과

[웰터급] 지상원 vs 기시노 히로키
기시노, 1라운드 4분 40초 펀치 KO승

[밴텀급] 이진세 vs 후사노 데츠야
이진세, 1라운드 52초 파운딩 TKO승

[라이트급] 장정혁 vs 니시카와 야마토
장정혁, 1라운드 3분 12초 펀치 KO승

[63kg 계약 체중] 방재혁 vs 야마나카 겐지
방재혁, 3라운드 종료 2-0 판정승

[플라이급] 이성호 vs. 무라타 준야
무라타, 1라운드 17초 TKO승(이성호 팔꿈치 부상)

[웰터급] 강민제 vs 김준교
김준교, 3라운드 종료 2-0 판정승

[라이트급] 서동현 vs. 김병석
김병석, 1라운드 2분 22초 펀치 KO승

[페더급] 정호원 vs 여승민
여승민,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여성 57kg 계약 체중] 박연화 vs 최율미
박연화, 1라운드 4분 19초 파운딩 TKO승

[페더급] 장두열 vs 김민우
김민우,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