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롭 감독(왼쪽)의 헤비메탈 축구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떻게 반응할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년 동안 회자될 역사적인 경기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지난 1월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에서 맨체스터시티를 4-3으로 꺾은 뒤 남긴 발언이다. 두 차례 맞대결을 모두 치러 두 팀의 맞대결을 보지 못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리턴매치'가 열리게 됐다.

리버풀과 맨시티가 이번엔 무대를 유럽 클럽대항전으로 옮겼다. 두 팀은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서 격돌한다. 1차전은 리버풀의 홈 안필드에서, 2차전은 맨시티의 안방 에티하드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2017-18시즌 두 번 싸워 나란히 1승 1패. 2경기에서 터진 골은 12골. 공격적 색채를 뚜렷하게 유지하는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이 수준 높은 공방전 끝에 만든 결과다. 당사자까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클롭 감독은 'UEFA'와 인터뷰에서 "만약 내게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이 경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어떻게 맨시티를 공략할까. 그는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 높은 위치부터 수비하는 것이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면서 "우리가 그것을 한다면, 맨시티가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맨시티가 경기를 맘껏 치를 수 없도록 '헤비메탈' 축구를 하겠다는 것. 여기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난 두 번의 맞대결을 돌아보면서 챔피언스리그 8강의 관전 포인트를 '점검'해 보자.

◆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맨시티 5-0 리버풀):  맨시티, 세컨드볼 싸움 우위+마네 퇴장 변수


맨시티는 첫 맞대결에서 3-1-4-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전방에 많은 수를 배치하고 압박과 세컨드볼 싸움에 공을 들였다. 리버풀이 긴 연결을 시도했을 때 맨시티는 무리하게 공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다시 전방으로 투입했다. 이후엔 전방에서 활동량을 살려 다시 전방 압박을 펼쳤다. 맨시티의 골문에서 먼 지역에 공이 머무르기 때문에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세컨드볼 다툼에서 이긴다면 빠른 역습으로 이어갈 수 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첫 번째 골이 전형적 장면이었다. 전반 24분 조던 헨더슨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을 페르난지뉴가 다시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연결했다. 더 브라위너는 단 두 번의 터치로 수비 사이로 움직이는 아구에로의 발앞에 배달했다. 세컨드볼 싸움에서 이긴 것이 곧 골로 연결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었다. 머리-머리-머리로 공이 오갔다. 더 브라위너가 멋진 패스를 했고 아구에로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5-0으로 일방적으로 흘렀지만 퇴장 전까지 경기 양상은 팽팽했다.

변수가 발생해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전반 36분 사디오 마네가 에데르송에게 발을 높이 들면서 도전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맨시티는 1-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수적 우세에 섰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맨시티가 유리하게 운영했다. 리버풀의 부족했던 골 결정력도 문제였다. 모하메드 살라의 빠른 발을 살려 오른쪽 측면을 계속 공략했다. 살라가 여러 차례 크로스와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리버풀 4-3 맨시티): 리버풀, 압박과 직선적 공격


이번 경기에선 리버풀의 전방 압박과 직선적 공격이 먹혔다.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가 장점인 맨시티의 공격을 최후방 빌드업 단계부터 압박해 패스 성공률을 낮췄다. 그리고 공을 끊어낸 뒤엔 직선적인 공격을 펼쳐 빠르게 반격을 가했다. 이른 시간 골도 터뜨렸다. 전반 9분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중원에서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볼 다툼에 승리한 뒤 넘겨준 패스를 받아 중앙으로 직접 돌파한 뒤 땅볼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맨시티는 경기 흐름을 잃었으나 '개인 기량'에 기대 균형을 맞췄다. 전반 40분 르로이 사네가 왼쪽 측면에서 조 고메스와 조엘 마팁을 연달아 뚫은 뒤 가까운 포스트로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4분이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리버풀이 역습으로 전환해 직선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체임벌린의 스루패스에 맞춰 피르미누가 침투하면서 존 스톤스를 몸싸움에서 제압하고 득점했다.

"1-1에서 경기는 우리가 통제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고, 갑자기 1-4까지 됐다. 골을 허용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는 충분히 단단하지 못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시티 감독)

기세가 오른 리버풀은 맨시티의 수비진을 심리적으로도 압박했다. 맨시티 수비진들은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피르미누의 득점 뒤 9분 동안 2골을 더 터뜨렸다. 엄청난 기세로 맨시티를 압박했다. 후반 15분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공을 미숙하게 처리하면서 마네가 찬스를 잡았다. 마네의 강력한 슛은 골대를 때렸다. 1분 뒤에 또 다시 오타멘디가 살라에게 공을 빼앗겼다. 마네가 다시 찬스를 잡았고 이번엔 추가 골을 뽑았다. 맨시티의 실수는 계속됐다. 후반 23분 중원에서 볼 다툼 끝에 리버풀이 소유권을 되찾아 역습을 펼쳤다. 에데르송 골키퍼가 공을 걷어내겠다고 나왔다가 킥 실수를 저질렀다. 공을 차단한 살라가 빈 골문으로 공을 차 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리버풀이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 물론 경기 막판 2골을 따라붙은 맨시티의 집중력도 칭찬해야 했다.

▲ 더 브라위너(오른쪽)을 쫓는 찬(왼쪽). 중원에서 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이번엔 어떨까…#리버풀 압박&역습 #맨시티 빌드업

중요한 것은 결국 이제 2주 동안 벌어질 8강 1,2차전이다.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두 감독 모두 철학이 확고하다. 자신들의 축구를 '철회'한다면 감독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인물들. 지난 맞대결이 흥미진진했던 것은 리버풀의 압박에 흔들리면서도, 빌드업에 공을 들이는 축구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양상을 조금 먼저 그려볼 수 있다.

리버풀은 여전히 압박을 펼칠 것이다. 클롭 감독은 'UEFA'와 인터뷰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 높은 위치부터 수비하는 것이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면서 "우리가 그것을 한다면, 맨시티가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방 압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롭 감독은 공격적으로 강한 팀을 상대로 물러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뒤로 물러나봤자 90분 내내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은 "FC바르셀로나와 맨시티 같은 최고의 팀을 상대로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전방 압박에서 이어진 역습에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리버풀이 때로 수비를 뒤로 물리고 실리적 운영을 할 때도 있지만, 이번 8강 1차전은 안방 안필드에서 벌어진다. 안필드의 뜨거운 분위기, 2차전을 원정으로 한다는 부담감을 고려하면 리버풀은 정상적인 경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맨시티가 빌드업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맨시티는 공의 소유를 강조하고 주도권을 잡는 팀이다. 다만 압박에 대처할 때 약간 차이가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4라운드 승리 땐 다소 투박하더라도 전방으로 연결하고 싸우길 택했다. 시즌 초반이었고 전술이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23라운드 패배 땐 포백을 내세우고 빌드업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어떻게 리버풀의 압박에 대응하고 반격하는지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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