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머니백' 스틸. 제공|리틀빅 픽쳐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머니백’은 돌고 도는 돈가방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주인공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가는 돈가방, 도는 돈, 즉 ‘머니백’ 인지도 모른다.

민재(김무열)가 강탈한 돈가방 만큼이나 이 세상의 돈을 계속해서 돌고 있다. 불법 도박장에서 시작된 돈은 불법 선거 자금 혹은, 비리 형사의 주머니를 채운다. 또 선거 유세장에 ‘돈’으로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들어간다.

돈에 의해 제자리가 아닌 곳에 있게 된 총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총 역시 돈으로 인해 그곳까지 흘러 갔지만,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만큼이나 난제다.

어찌됐건 비리경찰 최형사(박희순)의 주머니에 있어야 할 총은 사채업자 백사장(임원희)의 손을 거쳐 양아치(김민교), 택배기사(오정세)를 통해 킬러박(이경영)에게 배달 돼야 했지만, 민재(김무열)를 먼저 만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고, 실행하던 민재는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택배기사로 인해 계획이 좌절되고, 우연히 열어본 택배 상자 속에서 총을 발견한다.

총으로 시작된 사건은 돈가방으로 옮겨간다. 온갖 방법으로 백사장이 번(혹은 끌어 모은) 돈은 민재의 총성에 넘어간다. 어머니의 수술비가 급한 민재 눈에는 오직 그 가방만이 보일 뿐이다. 가방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로 인해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결국 민재 손에 들어가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일지 모른다.

‘머니백’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즐비 한다. 돈가방에 얽힌 7인은 모두가 완벽하지 않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민재를 시작으로, 총을 찾아야 하는 최형사, 양아치, 택배기사, 백사장에 선거를 위해 그 돈가방이 필요한 건달 출신 부패 국회의원 문의원까지 말이다.

▲ 영화 '머니백' 스틸. 제공|리틀빅 픽쳐스

그들은 각기 자신만의 이유로 목숨을 걸고 돈가방을 차지하고자 한다. 그들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시원함과 통쾌함이 아닌, 씁쓸한 웃음이다. 그 사연이 기구해서,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터져 나오는 탄식과도 비슷하다. 어리숙함 혹은 자신의 상황을 자신들만의 어리석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은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고, 그 사이 사이 현 시대 곳곳에 숨겨진 또는 드러나 있는 문제들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해학과 풍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불필요하게 폭력적인 몇몇 장면들로 가려진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든 민재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를 살리기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을 들이고, 반복한다. 또 감정 노동자로 표현되는 택배기사의 잔혹한 범행 역시 그렇다.

많은 자본이 투입돼 엄청난 물량공세로 만들어진 대규모 상업영화가 많은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이 100만 관객 내외인 작품이 등장한 것은 반갑다. 하지만 반복적인 자극으로 극의 본질이나 인물들의 감정, 캐릭터들의 매력이 가려졌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오는 1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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