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 박용택은 5일 현재 타율이 4할2푼5리나 된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좋은 페이스다. 이 부문 3위에 랭크돼 있다.

4할 타자에게 약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박용택의 기록을 뒤적이다 보면 안 좋은 기록 한 가지와 만나게 된다. 바로 득점권 타율이다.

박용택은 올 시즌 10번의 득점권 찬스에서 1개의 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득점권 타율이 1할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이 시즌 끝까지 이렇게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득점권 타율이 특별히 높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득점권 타율은 표본이 작아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성적으로 분류된다. 박용택은 다르다. 확실한 근거와 쌓여 있는 표본이 있다.

박용택은 시즌 150안타 이상을 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한 차례도 득점권 타율이 3할대를 밑돈 적이 없다. 이 기간 통산 득점권 타율은 3할7푼2리나 된다. 2014년엔 3할9푼8리까지 쳤다. 이렇게 꾸준하게 잘 쳤으면 '찬스에 강하다'는 칭호를 붙여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박용택은 왜 득점권 타율이 높을까.

 

지난해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대응 타율을 기록한 그래픽이다. 박용택은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를 가장 잘 친 타자였다.

좌투수에게 슬라이더는 주로 좌투수들이 던진다. 위기가 오면 좌투수가 원 포인트로 올라와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는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박용택을 상대로는 그런 전략이 잘 통하지 않았다.

슬라이더뿐 아니다. 패스트볼, 커브, 스플리터 등 모든 구종에 걸쳐 2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랭킹 10위 안에 모두 들었다. 약점이 그만큼 적은 타자라고 할 수 있다.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지 않으니 득점권에서 강할 수 밖에 없다.

수학적으로도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박용택은 유독 희생플라이가 많은 유형의 타자다. 통산 희생플라이가 83개로 89개인 김동주(은퇴)에 이어 통산 2위, 현역으론 압도적인 1위다.

현역 선수론 최형우(KIA)가 67개로 2위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박용택은 꾸준히 7개 이상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왔다.

희생플라이는 타수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득점권 타율 계산에서 분모가 작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분모가 작아지면 통계치는 올라가게 돼 있다. 때문에 박용택의 득점권 타율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면이다. 박용택은 찬스에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고 말한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박용택은 "찬스가 오면 더 집중력이 생긴다. 해결했을 때 쾌감이 크다.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타석이기에 더 좋다. 반면 시즌 초반엔 너무 결과를 내려다 보니 늘 출발은 안 좋았던 것 같다. 혹시라도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한 달만 더 지켜봐 주십사 부탁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기 : 여기서 의문 한 가지를 갖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득점권 타율에 비하면 타점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답은 야구가 팀 스포츠라는 데 있다. 박용택은 지난해 득점권 타수가 27위였다. 그만큼 득점권 기회가 적었다는 걸 뜻한다. 타점 숫자는 기회와 비례한다. 타점 올릴 기회가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타점이 적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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