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970년 한국 스포츠가 거둔 성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건 제6회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거둔 호성적이다. 1970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납한 쓰라린 과거가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 대회 출전이 왠지 꺼림칙할 수도 있었지만 출전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직전 대회인 제5회 방콕 대회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이 대회를 앞두고 정예 주의라는 국가 대표 선수 선정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기로 하고 3위 입상 가능 종목을 엄선해 172명(임원 41명 선수 131명)의 선수단을 꾸렸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당시를 기준으로 국제 종합 경기 대회 출전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입상 선수도 많고 의미 있는 기록도 많아 입상 내용을 종목별로 정리했다.

#육상

한일고교교환경기대회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던 백옥자는 여자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한국은 백옥자의 분전에 힘입어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육상 투척 분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창던지기에서는 박수권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해인 1969년 제50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우승자 박봉근은 1만m, 강명광은 마라톤, 홍상표는 장대높이뛰기, 이복순은 여자 창던지기에서 각각 동메달을 보탰다.

강명광의 기록은 2시간26분47초8로 그리 좋지 않았지만 마라톤 침체기에도 1958년 도쿄 대회 이창훈 금메달, 1966년 제5회 방콕 대회 이상훈 동메달로 이어지는 메달의 맥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한국 마라톤은 세계 무대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지만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김양곤이 우승하는 등 명맥을 유지했다. 그런 노력을 바탕으로 1990년 베이징 대회 김원탁, 1994년 히로시마 대회 황영조, 1998년 제13회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 이봉주의 대회 4연속 우승을 이루게 된다.

#수영

조오련은 1980년대 최윤희, 2000년대 박태환을 있게 한 한국 수영의 제1세대 스타플레이어다. 조오련은 이 대회 자유형 400m에서 4분20초2, 1500m에서 17분25초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불과 1년 전인 1969년 제50회 전국체육대회 하계 대회에서 세운 기록을 무려 37초7, 3분9초8이나 앞당긴 놀라운 기록이었다.

이 시기 조오련이 급성장한 데에는 선수 스스로 노력 외에 태릉실내수영장 같은 기반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오련은 현역 시절 한국 신기록을 50차례 세웠다. 은퇴한 뒤에는 1980년 대한해협, 1982년 도버해협을 횡단한 데 이어 2002년 다시 대한해협을 건넜고 2003년에는 한강 700리 종주에 성공했다. 2005년에는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독도를 횡단했으며 2008년에는 3∙1절을 기념해 독도 33바퀴 헤엄쳐 돌기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조오련은 2009년 8월 4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조오련 외에 다이빙의 송재웅이 하이다이빙 금메달, 스프링보드 동메달로 다관왕이 됐고 김영채는 여자 하이다이빙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사격

사격은 소구경초총3자세 개인전 신현주와 단체전, 센터파이어 권총 개인전 김용배의 금메달과 소구경소총복사 개인전 추화일과 단체전의 은메달 그리고 속사권총 개인전의 고민준, 스탠다드 라이플3자세 단체전, 자유권총 단체전, 센터파이권총 단체전의 동메달 등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사이클

한국은 강세 종목인 도로경기에서 또다시 개가를 올렸다. 정종진, 유재명, 조성환, 황보연으로 짜인 한국은 뛰어난 팀워크를 발휘하며 200km 도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광선은 800m 속도 경기와 1000m 개인 트라이얼에서, 권중현은 1000m 속도 경기와 4000m 개인 추발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4800m 속도경기의 권중현, 200km 도로 개인전의 정종진 그리고 1600m 단체 타임트라이얼, 100km 단체 타임트라이얼에서는 동메달을 거둬들였다. 트랙 경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올려 한국 사이클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