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영화 같은 이야기다. 32살 신인 선수가 10년간의 하부리그 생활 끝에 NBA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바로 LA 레이커스의 안드레 잉그램(32, 191cm) 이야기다.

LA 레이커스는 1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7-18 NBA(미국 프로 농구) 정규 시즌 휴스턴 로케츠와 홈경기를 치렀다.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레이커스에 이날 경기는 단순한 정규 시즌 1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잉그램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NBA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간절히 원한 NBA 데뷔전에서 그는 29분간 19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3블록 1턴오버 FG 6/8 3P 4/5 FT 3/3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 잉그램은 "정말 감동적인 날이다. 멋진 순간이었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또 이런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레이커스는 론조 볼(무릎), 브랜든 잉그램(뇌진탕), 카일 쿠즈마(발목)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뛸 선수가 부족했다. 선수 수급에 가장 쉬운 방법은 NBA의 하부리그인 G리그 콜업이다. 루크 월튼 감독과 매직 존슨 사장은 G리그 사우스 베이 레이커스의 잉그램을 NBA로 불러들였다.

잉그램은 지난 10일 미팅에 참여했다. G리그 시즌을 모두 끝내고 하는 인터뷰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짐도 모두 쌌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 함께하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팅 도중에는 존슨 사장이 직접 방문해 잉그램과 인사를 했다. 그제야 잉그램은 레이커스와 계약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잉그램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바로 32살 NBA 신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G리그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유타와 LA G리그에서 총 384경기나 뛰었다. 오랜 기간 G리그에서 뛰었지만 NBA에서 뛸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G리그에서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G리그 역사상 최다 3점슛 713개를 성공했다. 3점슛 성공률도 46.1%나 기록할 정도로 폭발력 있는 슈터로 이름을 알렸다. 

이는 휴스턴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공을 잡고 머뭇거리지 않고 시원하게 슛을 던졌다.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3점슛 5개 중 4개를 넣으면서 존재감을 뽐냈다.

사실 G리그 생활은 녹록지 않다. 연봉도 적다. 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다. G리그 대신 유럽이나 아시아 리그에서 활약하는 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잉그램은 어린 선수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거나 수학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농구 선수로서 꿈을 이어가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G리그에서 활약하다가 레이커스에서 뛰고 있는 알렉스 카루소는 "그는 G리그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수다"라며 "코치, 선수들까지 모두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잉그램의 인생 드라마에 많은 이들이 칭찬과 박수를 보냈다. 경기 투입 전에는 크리스 폴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코트에 들어섰다. 레이커스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도 잉그램의 경기를 보고 SNS에 "정말 멋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데미언 릴라드, 론조 볼, 아이재아 토마스, 카일 쿠즈마, 줄리어스 랜들, 제레미 린, 타일러 에니스 등 많은 선수들도 SNS로 잉그램의 도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잉그램은 ESPN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올지, 안 올지 모르겠다"라며 "그러나 이런 날이 와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잉그램은 NBA 입성에 성공했다. 과연 그는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갈까. 그의 활약과 행보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한편 잉그램은 데뷔전에서 역사를 썼다. LA 레이커스 신인 선수의 첫 경기 최다 득점 역대 4위에 이름을 올린 것. 역대 1위는 매직 존슨(26점, 1979-80시즌)이고, 닉 반 엑셀(23점, 1993-94시즌), 제리 웨스트(20점, 1960-61시즌)에 이어 잉그램이 이름을 올렸다.

▲ 안드레 잉그램이 10년간의 하부리그 생활 끝에 NBA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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