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헥터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서 난타를 당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슈느=정철우 기자]KIA 외국인 에이스 헥터가 심상찮다.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을 거뒀지만 평균 자책점이 7.08이나 된다. 퀄리티스타트 두 경기가 있지만 다른 두 경기는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 줬다.

일시적인 부진일 수 있다. 아무리 헥터라고 해도 매번 좋을 수는 없다.

반론도 있다. 헥터는 이제 한국 무대 3년째다. 좋은 투수라는 점엔 변화가 없지만 상대가 그를 잘 알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헥터가 상대에게 수를 읽히고 있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헥터가 상대에게 분석을 당했다면 그건 우타자 몸쪽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헥터의 우타자 몸쪽 승부 비율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헥터의 우, 좌 타자 상대 루킹 삼진 그래픽이다. 위 그림이 우타자 상대다.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이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로 바깥쪽으로 공을 던져 삼진을 잡았다. 의표를 찌르는 몸쪽이 가끔 있기는 했지만 승부구로 삼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헛스윙 삼진 그래픽을 보면 헥터의 우타자 몸쪽 승부 기피가 더욱 눈에 띈다.

우타자 상대 헛스윙 삼진은 대부분 바깥쪽에서 이뤄졌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우타자 바깥쪽으로는 잘 쓰지 않는 체인지업까지 동원하며 다양성을 줬다. 그러나 몸쪽을 잘 던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헥터는 우타자 몸쪽을 던지지 않으며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올 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4할1푼3리라는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2할8푼3리에 불과했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8푼9리다.

지난해까지는 바깥쪽 위주의 볼 배합이 통했지만 올 시즌엔 이 배합이 잘 통하지 않았다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A팀 전력 분석원은 "우리가 헥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알려 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헥터처럼 좋은 투수를 상대할 땐 한쪽 사이드를 버리거나 구종을 버리고 단순하게 대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헥터는 영리한 투수인 만큼 탈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본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헥터가 우타자 몸쪽 승부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타자 몸에 맞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도 있고 실투를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과가 어떻건 이제는 몸쪽을 던지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졌다. 좌타자에게 그런 것처럼 우타자에게도 몸쪽을 써야 할 때가 됐다.

아직 헥터 부진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상대에게 분석이 된 것이라면 우타자 몸쪽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수준의 볼 배합 분포라면 몸쪽은 지우고 바깥쪽만 노리고 들어가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분석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헥터가 스스로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다면 헥터나 KIA에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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