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불펜 투수 서균은 12경기에서 아직까지 자책점을 한 점도 주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시즌 전적 10승 8패. 단독 3위. 선두와는 4경기 차. 리빌딩을 선언한 첫해 올 시즌 최약체로 꼽혔던 한화의 성적이다. 시즌에 앞서 한용덕 한화 감독이 "육성과 성적 두 가지 모두를 잡을 수 없다"며 순위 싸움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놀랍다.

시즌 전 예상대로 한화는 선발이 약하다. 평균자책점이 6.88로 리그 최하위다. 하지만 구원진은 다르다. 평균자책점이 4.01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다. 10승 가운데 6승이 구원진에서 나왔다. 무엇보다도 권혁 송창식 등 지난해까지 핵심 불펜을 맡았던 선수들이 빠진 상황이라 더 놀랍다. 세이브 5개를 올린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비롯해 투심을 장착하고 안정감을 찾은 송은범(3승), 구속이 오른 안영명(평균자책점 2.45) 등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그런데 불펜을 구성한 송진우 투수 코치의 입에선 낯선 이름이 거론됐다. 최근 송 코치는 "모두가 잘해 주고 있지만 한 명을 꼽자면 서균을 칭찬하고 싶다. 많은 경기에서 정말 잘해 줬다. 현재까지 서균이 불펜 MVP"라고 콕 집어 말했다.

서균은 16일까지 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12경기에 출전했다. 8⅔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한 점도 주지 않아 평균자책점은 0이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홀드 4개를 올렸다.

서균은 26살이 된 지난해에서야 1군에 데뷔한 늦깎이 유망주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전체 84번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다가 서산을 다녀간 이상군 당시 감독 대행의 눈에 들어 지난해 6월 29일 청주 KT전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서균은 한화에 부족한 언더핸드스로 투수라는 희소성이 있었지만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0km가 되지 않는데도 볼 끝이 지저분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제구가 안정적이지 않았다. 도망 다니다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가운데에 욱여넣다가 얻어맞기 일쑤였다. 지난해 1군에 안착하지 못하고 2군을 오갔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서균이 보여 주는 경기력을 지난해와 다르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된다. 그래서 지난해와 달리 공격적인 투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투심 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까지 더해 투구 패턴이 다양해졌다. 자신감 있게 찔러 넣으니 결과가 좋아졌다. 12경기에서 한 점도 주지 않았고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0.81로 팀 내에서 정우람 다음으로 좋다. 한 감독은 "서균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어렵게 승부하지 않고 바로바로 붙으니 결과가 좋다"며 "박상원과 함께 셋업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서균은 "송진우 코치님의 조언에 따라 투구 폼을 와인드업에서 셋업 포지션으로 바꾸면서 좋아졌다. 제구와 볼 끝 모두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균은 팀 내에서 유일한 언더핸드스로 투수. 한 감독은 그를 오른손 타자를 막는 카드로 쓰고 있다. 그래서 서균을 찾는 빈도가 유독 많다. 그나마 투구 수가 적어 무리가 없지만 잦은 등판 간격은 코칭스태프에게 부담이다.

하지만 서균은 "난 몸이 일찍 풀리는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서 천상 불펜 체질"이라며 "문제없다. 또 감독님과 코치님이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를 해 준다.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 27세로 다소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서게 된 1군 무대.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고 즐겁다. 서균는 "계속 던지니까 자신감이 붙는다.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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