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선 교수(왼쪽)와 이용수 교수는 서울체육중·고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한국 아마추어·생활체육의 총본산인 대한체육회가 주최·주관·지원하는 대회라고 하면 거의 모든 스포츠 팬들이 내년에 역사적인 제100회(서울)를 맞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동계체육대회,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들 대회 외에도 대한체육회는 한중일주니어 종합경기대회 등 여러 국내외 대회를 주최·주관·지원한다. 그런데 스포츠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대회가 있다.

전국체육고등학교체육대회다. 올해로 32번째인 이 대회는 18일 개막해 20일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일원에서 열린다. 대한체육회는 이 대회를 지원한다.

올해 대회는 광주체육고등학교와 광주광역시체육회 13개 회원 종목 단체에서 주관한다. 전국 체육고등학교 16개교 2,700여명의 학생과 지도자들이 참가하며 학교 대항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18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개회식이 있었고 수영과 펜싱, 육상 등 13개 종목의 경기가 벌어진다. 경기 결과 등 자세한 정보는 대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내실 있는 대회 운영을 위해 예산 5억 5,000만 원을 지원하고 우수 선수 2명(남·여)과 우수 지도자에게 대한체육회장상을 수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체육고등학교체육대회는 우수 선수를 조기 발굴하고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해 전국 체육고등학교에서 해마다 지역 순환으로 개최하고 있다. 2017년 대회는 인천체육고등학교 주관으로 인천광역시에서 열렸고 서울체육고등학교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글쓴이는 체육중학교·체육고등학교와 관련한 몇 가지 기억과 추억이 있다.

글쓴이는 학창 시절 운동을 열심히 했다. 중학교 때는 탁구부에 들어가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요즘 인기 있는 3-3 길거리 농구보다 한 수 위인 정규 농구 클럽을 만들어 다른 학교 클럽과 경기를 갖곤 했다. 물론 비 등록 선수 수준이었다.

모교인 서울 S고등학교는 1970년대에 관중석이 있는 꽤 좋은 체육관을 갖고 있었다. 3학년 때인 1972년 특별한 손님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전해인 1971년 개교한 서울체육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 모교의 체육 시설이 좋아 견학을 온 것이었다.

마침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우리 클럽과 서울체육중학교 학생들의 친선경기가 즉석에서 이뤄졌다. 비 등록 선수이긴 하지만 우리 클럽에는 중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한 친구도 있어 경기력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서울체육중학교 학생들은 농구가 주 종목이 아니었다. 농구부가 아예 없었으니까.

그런데 경기 결과는 우리 클럽의 대패였다. 농구는 순발력이 매우 중요한 경기인데 우리 클럽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글쓴이는 가드였는데 나보다 작은 상대 가드에게 번번이 드리블 돌파를 당했다. 뒷날 스포츠 기자로 일하게 되는 글쓴이가 체육계 학교 선수들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이야기다.

15년 여의 시간이 흘러 1987년 11월, 통일 전 서독 에센에서는 남녀부가 통합된 세계유도선수권대회가 열렸고 글쓴이는 기자로 그 대회를 취재했다. 이 대회에 한국은 남녀 8체급에 모두 출전해 남자부 60kg급 김재엽이 금메달, 95kg급 하형주와 78kg급 이쾌화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여자부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여자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이 겨루는 3회전 진출이었다. 그 성적의 주인공은 서울체육중학교 2학년 조민선이었다.

최경량급인 48kg급으로 출발한 조민선은 이후 서울체육고등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를 거치며 계속 성장했고 체급도 52kg과 56kg급, 61kg급을 거쳐 66kg급까지 올라갔다. 그 사이 거치는 체급마다 국내 정상을 놓치지 않았고 한국체육대학교 2학년 때인 1993년 해밀턴(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어 1995년 지바(일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속 우승했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여자 유도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72kg급에서 김미정이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김미정은 서울체육중학교 때까지는 포환던지기를 했는데 서울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유도로 종목을 바꿨다.

1990년대 한국 여자 유도가 활짝 꽃을 피울 때 주력 선수 대부분이 서울체육중·고등학교 출신이었고 이들은 또 대부분 최관용 선생(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서울체육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8살 소녀 여갑순이 큰일을 했다. 개막식 다음 날인 7월 26일, 260개 세부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벌어진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 과녁을 명중한 것이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사격 금메달이었다.

전통의 메달박스인 양궁은 여자부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끼리 겨루는 등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거둬들였다. 서울체육고등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 시절 국가 대표로 뽑히고도 그때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해야 했던 조윤정은 개인전에서 서울 올림픽 2관왕인 후배 김수녕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한 데 이어 김수녕, 이은정과 팀을 이뤄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서며 2관왕에 올랐다.

글쓴이가 직접 취재한 여러 국제 대회에서 서울체육고와 한국체육대학교 이름이 자주 나온다. 동료나 후배 기자들이 취재한 대회에서는 아마도 더 많이 등장할 터이다.

학교 체육은 우리나라 스포츠에 든든한 받침돌 구실을 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클럽 중심이 아니고 학교 중심으로 스포츠가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전국체육대회의 기산점이 되는 1920년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에 출전한 팀을 살펴보면 초창기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학교 체육이 기여한 바를 바로 알 수 있다. 그 대회에 출전 한 팀은 휘문고보와 경신학교, 중앙고보, 배재고보, 보성고보 등 5개 학교였다.

이들 학교는 오늘날에도 야구와 축구 유도, 아이스하키 등 여러 종목에서 우수한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비단 야구만이 아니다. 축구와 농구 등 구기 종목과 육상과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 모두 학교 체육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세계 ‘톱 10’의 한국 스포츠는 있을 수 없었다.

스피드스케이팅 하면 떠오르는 의정부고등학교, 축구 하면 생각나는 경신고등학교 등은 학교 체육의 대명사다. 신세대 스포츠 팬들에게 군포 수리고등학교는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의 모교이자 피겨스케이팅의 명문교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스포츠가 학교 체육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던 1971년 체육계에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그해 1월 서울체육학교가 설립 인가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3월 동대문구 묵동에서 제1회 입학식을 열었다. 1973년 6월 서울체육중학교로 재인가를 받았고 1974년 1월 서울체육중학교 제1회 졸업식을 거행했다. 1974년 1월에는 서울체육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고 1974년 3월 서울체육고등학교 제1회 입학식을 가진데 이어 1977년 2월 서울체육고등학교 제1회 졸업식을 치렀다.

이후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17개 체육대학과 23개 체육중·고등학교 그리고 국립 한국체육대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체육고등학교는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2013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강원체육고등학교 주관으로 춘천시 일원에서 열린 제23회 대회 개막식에 사격 국가 대표 출신 박종길 문화체육부관광부 차관이 참석했다. 대회 창설 이후 체육 관련 정부 부처에서 차관급 고위 공무원이 참석한 게 이번이 두 번째라는 사실을 대회 역사를 잘 아는 관계자 몇 사람이 겨우 기억해 냈다고 한다. 대회 초창기인 1980년대 후반 누군가 고위직 인사가 참석했는데 끝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하니 박 차관의 개회식 참석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전국에 있는 체육고등학교 가운데 스포츠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서울체육고등학교 관련 이야기를 이 기사에 보탠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 이용수 세종대 교수, 강신우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 황보관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등은 축구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 봤을 법한 축구인들이다. 이들은 서울체육고등학교 동문이다.

서울체육고등학교 축구부 1기인 신문선과 이용수는 3학년 때인 1976년 후배들을 이끌고 전국고교선수권대회와 추계연맹전 그리고 부산MBC대회 등 전국 규모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서울체육고등학교 축구부 선수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대와 연세대에 진학하는 등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스포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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