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의 골 뒤 기뻐하는 서울 선수들. 반등의 기회를 잡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FC서울이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이제 반등이 시작되는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까. 다음 경기에서도 잘한다면 서울의 반등은 현실이 될 것이다.

FC서울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8라운드 대구FC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서울은 최근 공격이 안돼 고민이 많았다. 득점력에서도 아쉬움은 있었지만, 공격적으로 잘 풀리지 않으니 역습 빌미를 많이 줬다. 팀 전체적으로 '악순환'이 됐다. 황 감독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고,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단 슛으로 마무리하면 수비가 내려올 시간을 벌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사실 전술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것도 있다. 조금씩 수정을 했는데 잘 됐던 것 같다"면서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어떤 전술적 장치들을 썼을까.

◆ 좌우로 넓게 벌려선 풀백, 전진한 공격수들

신중하지만 무게는 공격에 뒀다. 미드필더 중 한 명이 후방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돕는 대신 측면 수비수들이 높이 전진했다. 공을 안정적으로 돌리면서도 공격하겠다는 의지였다. 경기 뒤 고요한은 "사이드백이 공격적으로 많이 올라왔다. 미드필더나 윙플레이어들이 좁혀서 패스 플레이를 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조영욱 투입도 좋았다. 에반드로와 함께 계속 수비 뒤를 흔들었다. 측면에서 속도와 전진성을 모두 살아났다. 사실상 3골 모두를 만든 조영욱은 지속적으로 측면을 돌파하거나 침투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조영욱은 "제가 잘하는 걸 하라고 하셨다. 하고 싶은 걸 다하고 나오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저돌적이고 수비 뒤 공간을 침투하는 것. 수비수들을 괴롭히는 움직임을 말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고요한 역시 "미드필드에서 공격 작업을 하는 것은 수비 뒤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조영욱 같은 선수들이 자주 빠져줘야 찬스를 만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답답한 공격은 해결됐고, 중원에서 멋진 연계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후반 15분 연계 플레이 장면은 최근 서울의 공격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면이었다. 고요한이 신진호와 2대1 패스로 중앙을 허문 뒤 원터치패스로 에반드로 앞에 완벽한 기회를 만들었다. 에반드로의 슛이 조현우의 선방에 막힌 것이 옥에 티였다.

▲ 조영욱 카드가 적중했다.

◆ 간격으로 버틴 수비, 전방부터 같이 수비한다

수비 전술도 좋았다. 소유권을 빼앗겼을 땐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진 않았지만 간격을 바짝 좁혀서 3선으로 구축했다.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공격 기회를 노리겠다는 뜻이었다. 신중하게 지켜보다가 조금씩 전진하면서 압박을 시도했다. 수비 시엔 신진호가 에반드로 옆에 배치돼 전방에서 활발하게 뛰었다. 전방 압박을 계속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기회를 계속 엿보다가 한 번씩 달려들어 부담을 줬다.

그 와중에 골도 나왔다. 전반 13분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대구를, 서울이 순간적으로 압박했다. 김성준이 빠르게 밀고나오면서 미드필드로 투입되는 패스를 끊었고 조영욱에게 연결했다. 여기서 조영욱이 몸을 돌리면서 앞쪽으로 공을 잡아놓은 것이 주효했다. 조영욱이 속도를 살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올려준 크로스를 에반드로가 마무리했다.

대구 공격의 핵 세징야를 막기 위한 방책도 있었다. '전담 마크'까진 아니지만 수비력이 좋은 황기욱에게 세징야를 잘 따라 붙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황기욱은 "세징야를 잘 잡으라고 했다. 수비 밸런스를 잡거나 조직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 황선홍 감독이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

◆ 핵심은 일관성, 다음 경기가 중요하다

이른 선제골이 터지면서 경기 운영도 쉬워졌다. 무리하게 공격에 힘을 싣지 않아도 되니, 역습 받을 상황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었다. 2번째 골이 터진 뒤엔 완전히 서울의 페이스였다. 전반은 비등했지만 후반엔 서울이 내용에서도 결과에서도 압승했다.

작은 변화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경기력은 훨씬 올라왔다. 황 감독은 "승리에 대한, 경기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경기를 하면서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고요한 역시 "다음 2경기를 승리하고 안정화만 되면 연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진했던 서울이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일까. 다가올 경기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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