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범은 21일 현재 19⅔이닝으로 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이 던졌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약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한 한용덕 한화 감독의 전략은 명확하다. 선발투수에게 최소한의 이닝을 맡기고 나머지는 불펜으로 틀어막는 것이다. 21일 현재 한화의 선발진은 110이닝으로 리그 9위인 반면 구원진은 92이닝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한화 선발진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0이 안 되는데, 구원은 1.89로 전체 1위다.

핵심은 송은범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송은범은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선발 출신이기 때문에 긴 이닝도 거뜬하다.

그래서 한 감독은 송은범을 ‘전천후’로 쓴다. 주로 선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어느 땐 위기에서 불을 끄는 소방수로, 그리고 때론 박빙의 상황에서 추격조로도 쓴다. SK 시절 10승 투수였던 송은범이 다시 선발로 돌아갈 가능성을 묻는 말에 한 감독은 “불펜 투수”라고 못을 박았다.

21일 6회 1사 후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8회 1아웃까지 책임졌다. 벌써 19.2이닝. 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최다 이닝이며 선발로 4차례 마운드에 섰던 배영수(19이닝)보다 많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송은범은 올 시즌 75경기에서 123이닝을 던진다.

이날 경기에서 송은범은 6회 2실점을 했으나 한 점 차 리드를 지켰고 7회 슬라이더로 패턴을 바꿔 삼진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투구 수 40개에 육박하니 노림수가 읽히고 투심 패스트볼도 공략당했다. 송은범은 김하성에게 안타, 초이스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한화는 부랴부랴 박상원으로 교체했으나 3-4로 경기가 뒤집혔다. 송은범은 2경기 연속 구원패를 안았다.

한화는 2016년 각각 중간 투수로 100이닝 가까이 책임진 권혁(95⅓이닝)과 송창식(97⅔이닝)을 수술대에 올려보내는 등 마음 아픈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송진우 투수 코치는 이를 교훈 삼아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나 투구 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송은범의 연투는 지난 7일과 8일 KT전과 지난 17일과 18일 두산전 단 두 번뿐이다.

하지만 권혁과 송창식의 복귀 시점이 묘연한 상황에서 송은범은 앞으로도 짧게 던지기보단 긴 이닝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송진우 투수 코치는 “투수들은 관리가 필요하다. 연투가 많아지면 내가 던지고 싶어도 자기 능력이 안 나온다. 제구도 안 된다. 선수들이 어찌 됐든 간에 가능하면 휴식을 주려고 한다”며 “은범이는 (안)영명이와 함께 우리 팀에 가장 중요한 불펜 투수다. 그래서 둘은 로테이션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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