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을 찾은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유현태 기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의 축구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 19세 이하(U-19) 축구 대표 팀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JS컵 2018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수원 삼성의 홈 구장으로도 잘 알려진 '빅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함께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콜롬비아와 A매치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도 있다. 늘 한국 축구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던 곳이지만, 베트남전에서는 조금 달랐다. 마치 한국은 원정 팀처럼 경기해야 했다.

비가 많이 내렸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차 굵어져 선수들의 유니폼이 흠뻑 젖을 정도가 됐다. 바람도 불면서 쌀쌀했다. 기자석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면 추위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베트남 선수들.

추운 날씨에도 꽤 많은 관중이 들어찼고, 멋진 플레이에는 환호성도 쏟아졌다. 대신 한국 선수들이 아니라 베트남 선수들을 향한 응원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이 경기장을 채웠다. 공이 공격 지역으로 넘어갈 때마다 목소리로 힘을 보탰다.

베트남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 한국이 공격할 땐 과감한 몸싸움과 태클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반 36분 냠만중의 슛이 한국의 골망을 흔들자 경기장은 들끓었다. 한국 골키퍼와 수비수가 멈칫거리면서 내준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팬들 역시 뜨거운 환호를 쏟아냈다.

90분이 모두 지나자 다시 한번 선수들을 향한 큰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 내용에서 완승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의미였을 터. 선수들 역시 팬들 앞에서 박수를 치며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베트남 축구계엔 최근 '박항서 신드롬'이 일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A 대표 팀과 23세 이하(U-23) 대표 팀을 이끌면서 베트남 축구를 바꿔놨다. 베트남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 기대를 반영하듯 많은 팬들이 찾았다.

경기장을 찾은 박 감독은 하프타임 동안 피치에 나가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취재진과 짧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멕시코, 모로코 같은 강팀들과 싸우면서 좋은 경험을 쌓을 것"이라면서 "A 대표 팀 감독으로서 감사한 일이다. 박지성 이사장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 잘합니다"라고 웃으며 "정신력이 강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에 흐뭇하다"면서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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