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전 벨기에와 경기에 출전했던 김승규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 선발 출전 선수
▲ 벨기에전 출전으로 월드컵 경험을 쌓은 김승규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유럽 원정으로 치른 지난 3월 A매치에 두 경기는 실험 보다 점검과 확인의 무대였다. 2017년 동아시안컵은 부상으로 치르지 못했지만, 1월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골키퍼 김승규는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경기에 모두 선발 선수로 나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넘버 원’의 위치에서 준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성룡이 대표 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를 경험해본 골키퍼는 김승규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정성룡의 백업 자원으로 참가했던 김승규는 알제리와 2차전 경기 이후 정성룡이 흔들리면서 벨기에와 3차전에 전격 선발 출전했다. 1골을 내줬으나 경기 내내 빠른 몸놀림으로 선방을 펼쳐 주목 받았다. 대회 이후 대표 팀의 새로운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 것은 김승규가 K리그 울산현대에서 J리그 빗셀고베 선수로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이다. 2016시즌 J리그에 진출한 김승규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맞춰 빌드업을 중시하는 일본 무대에서 발로 공을 다루고, 패스 플레이에 가담하는 능력이 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제 도전자가 아닌 넘버원의 위치에서, 베테랑 골키퍼가 되어 두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는 김승규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김승규가 말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경험과 J리그에서 배운 것, 소속 팀 동료인 ‘독일 레전드’ 루카스 포돌스키와 생활하며 얻은 점을 소개한다. 스웨덴 레전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

다음은 김승규와 가진 인터뷰 전문.

-어느새 J리그 3년 차다. 이제 일본 생활은 완벽하게 적응했나?
3년 차이기도 하고, 또 이번에 (정)우영이 형이 와서 생활하는 것은 더 편해진 것 같다. 의사소통은 완벽하다기보다, 일상생활 같은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정도다. 아무래도 우영이 형이 오면서 혼자 있을 때보다 생활도 편해지고, 운동장에서도 가까운 위치에서 뛰다 보니까 많이 서로 의지하면서 뛰는 것 같다. 원래 제가 처음 고베에 올 때는 우영이 형이 팀에 있는 상황이었다. (웃음) 갑자기 (중국에) 가게 되면서 혼자 남았는데, 이번에 함께 뛰는 게 이뤄졌다. 많이 반가웠다.

-J리그에서 뛰며 배운 것은? 리그 스타일은 어떤가? 
리그 스타일은 처음 1년 차 때보다는 우선 상대 팀과 개개인 선수들 스타일도 많이 알게 됐다. 경험을 해봤으니 상대하기가 편해졌다. 골키퍼가 빌드업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에 와서 많이 배운 것 같다. 브라질 출신 골키퍼 코치님과 훈련하면서 축구적인 면을 많이 배웠다. 빌드업 한 가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골키퍼로써 전체적으로 좋아졌고, 특히 경기 운영 측면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독일 대표 출신인 포돌스키와 한 팀에 있다. 혹시 조추첨 이후 월드컵에 대한 얘기도 나눴나?
그런 얘기는 안 나눴다. 우리 팀에 대한 얘기만 하는 편이다. 월드컵 얘기는 안했다. 작년에 중간에 왔으니 스스로도 일본 축구에 적응해야 하는 시즌이었다. 올해는 주장도 맡으면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 우리에게 자신의 경험을 잘 전해주고 있다.  

-포돌스키의 강점은 슈팅력이다. 훈련하면서 포돌스키의 슈팅을 자주 상대하는 것도 월드컵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포돌스키는 지금까지 내가 함께 해본 선수 중에 슈팅 능력으로는 손가락 안에 든다. 처음 경험했을 때 지금까지 막아본 슈팅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볼 스피드도 그렇지만 코스가 워낙 좋다. 그러니 막기 어렵다. 아직은 느끼지 못했지만 포돌스키의 슈팅을 자주 상대해보는 게 월드컵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모두 세계 수준의 공격수를 보유했다. 미리 상대국 공격수들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
우선 각 팀들의 공격수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난 멕시코와도 경기를 해본 적이 있어서 멕시코 선수들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와 경기했을 때는 스웨덴을 생각하고 경기했다. 그런 선수들과 경기할 때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이미지를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다. 

▲ 어느 새 베테랑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김승규


-스웨덴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골키퍼 입장에선 슈팅 능력이 좋은 즐라탄의 복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에 미국에 가서 경기하는 것을 보니까 몸이 다시 좋아진 것 같다. 골키퍼 입장에선 즐라탄 선수가 슈팅도 좋고 헤딩 능력도 있고, 모든 것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지는 않는다.
 
-우리 대표 팀 선수들도 슈팅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대표 팀 훈련 때 한국 축구도 결정력이 좋아진 점을 혹시 느끼는지?
슈팅 좋은 선수들 요즘에는 많다. (손)흥민이도 그렇고, 내가 세계적인 선수를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소속 팀에서 훈련할 때나 J리그에서 경기를 하면서 느끼기엔 우리 대표 선수들의 슈팅 능력이 더 좋은 것 같다. (이)창민이도 슈팅이 좋다.  

-얘기한대로 이창민 선수가 대표 팀에서도 제주에서도 멋진 중거리슛을 많이 넣는다. 골키퍼 입장에서 다른 선수와 다른 점이 있나?
슈팅이 일단 좋으니까, 어느 위치에서 때리든 위협적이다. 볼의 구질이 다르다. 코스도 막기 어려운 쪽으로 향한다. 볼도 빠르다. 특히 볼이 오다가 앞으로 떨어지는 슈팅을 많이 한다. 골키퍼 입장에는 그런 슈팅을 막기가 어렵다. 

-이런 슈팅을 막기 위해 따로 훈련하는 것도 있나?
요즘에 볼이 좋다보니 낙차있게 떨어지는 슈팅이 많이 나온다. 소속 팀에서 골키퍼 코치님이 일부러 그렇게 떨어지게 차주신다. 그런 훈련도 있고 골키퍼 훈련 프로그램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 

-이번 대회도 공인구에 대해 골키퍼들이 막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처음에, 공인구가 좀 많이 바뀌었을 때는 어려웠다. 요즘에는 어떤 공이든 다 그렇고, 선수들의 슈팅도 좋아졌다. 이제 공이 바뀌었다고 따로 적응하기 크게 어렵지는 않다. 공의 문제에 대해선 예전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3월 A매치 모두 선발로 뛰면서 주전이 낙점된 분위기다. 2014년 브라질 대회와는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다를 것 같다. 
지난 대회 때는 월드컵에 대한 경험도 없었고, 분위기도 그렇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준비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A매치 경험도 많이 쌓였고, 월드컵의 분위기도 느껴봤다.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 왔으니, 그런 부분을 잘 기억해서 해야 할 것 같다. 

-2014년 벨기에전을 경험한 것이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맞다. 큰 무대, 큰 경기를 뛰어봤으니까. 월드컵 예선이나 다른 큰 경기에 나가더라도 그 경험이있다 보니 많이 자신감 갖고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됐다.

▲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에서 고전했던 김승규 ⓒ연합뉴스


-월드컵 벨기에전도 그랬고, 레반도프스키가 뛴 폴란드전의 경험이 아무래도 다른가?
그렇다. 그런 경기에서 만난 선수들은 한번의 득점 찬스도 살리는 골 결정력이 높다. 슈팅뿐 아니라 볼을 잡거나,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도 위협적이다. 

-그런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잘 보인다면 수비진에 얘기해주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다.
3월 A매치 때도 골키퍼 코치님이 수비수들의 위치에 대해 골키퍼들에게 잡아주라고 요구했다. 연습 때부터 공의 위치에 따라 수비 위치를 잡는 부분에서 말을 많이 했다. 당시 경기 전날에도 수비수, 미드필더 선수들과 따로 미팅도 많이 했다. 팀 미팅 외에도 따로 이야기했다. 

-3월 유럽 원정에서 결과는 안좋았지만 자신감도 얻어왔나?
실점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감 보다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터키 전훈도 있었지만 폴란드와 경기는 정말 월드컵을 하는 분위기가 났다. 오랜만에 큰 경기였고, 유럽의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봤다. 

-조편성이 확정된 이후 여론은 16강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작년에도 그렇고, 요즘 A매치를 준비하면서 경기는 졌지만 경기력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잘 맞춰서 준비한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월드컵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는?
개인적 목표는 3경기에 다 주전으로 나가는 것이다. 팀적으로는 아무래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게 16강이기 때문에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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