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시절, 한화의 버팀목은 불펜이었다. 불펜은 언제든 출격 준비가 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연패 기간 이런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특정 선수 몇몇에 의존한 불펜 운영은 결국 탈이 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송은범이었다. 투심을 장착한 송은범은 무적의 투구를 이어 갔지만 체력이 떨어지며 연패 기간을 버텨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한화가 잘나가던 시절과 연패 기간, 불펜은 어떻게 달라졌던 것일까.
한화가 가장 잘나갔던 4월10일~15일(2주 전)의 불펜과 최근 5연패 기간의 불펜을 비교해 봤다.
2주 전 한화 불펜의 평균 자책점은 1.64에 불과했다. 최강의 불펜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이닝당 투구수는 15.8개로 매우 공격적이었다. 피안타율 은 1할6푼7리에 불과했고 피장타율은 타율로도 낮은 2할5푼6리였다.
평균 자책점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승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 나오면 대부분 제 몫을 다했다는 뜻이다. 벤치 또한 가급적 주자가 없을 때 마운드에 올려 자신감을 쌓게 만들어 줬다.
그러나 5연패 기간 많은 것이 무너졌다.
5연패 기간 한화 불펜의 평균 자책점은 3.86이었다. 불펜 평균 자책점치고는 높은 편이지만 타고 투저 현상을 고려하면 그런대로 납득이 되는 수치다.
문제는 자기 주자만 막았다는 점이다. 승계 주자 실점률이 47.6%나 됐다. 주자를 두고 등판하면 앞 주자의 상당수를 홈으로 들여보냈다는 뜻이다. 선발투수의 평균 자책점이 7.03까지 높아진 데는 불펜의 승계 주자 실점률도 한몫했다.
이닝(18.2이닝)보다 피안타(23개)가 더 많았고 피안타율은 3할7리로 치솟았다.
연패 기간 한화 선발투수들은 4.2이닝을 책임지는 데 그쳤다. 투수를 빨리 내리고 불펜을 투입해 봤지만 효과는 전만 못했다. 게다가 불펜 투수 한둘이 무너지니 '편한 상황에서 올리겠다'던 젊은 투수들도 잇달아 위기에 투입돼야 했다. 결과는 물론 대부분 좋지 못했다.
지난 2주간 송은범은 선발투수 배영수, 휠러(9.2이닝)와 비슷한 8.1이닝을 던져야 했다. 등판 경기도 6경기나 됐다.
한화는 최근 3년간 한국 프로 야구에서 10승을 경험해 본 선발투수가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불펜 운영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 제대로 된 불펜 야구를 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갖고 있는 힘을 제대로 파악하고 승부를 걸 때와 빠질 때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주간 불펜 성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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