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장의 결승 티켓을 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아직 90분이 남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버풀에선 뜨거운 화력전이 벌어졌고, 뮌헨에선 냉정하게 평정심을 유지한 힘싸움이 벌어졌다.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4강 1차전 두 경기가 모두 치러졌다. 리버풀과 AS로마의 첫 번째 4강 1차전은 뜨거웠다.(5-2 리버풀 승) 하루 뒤인 26일(한국 시간) 열린 바이에른뮌헨과 레알마드리드의 경기는 신중하고 냉정했다. 결과는 레알의 2-1 승리였지만 두 팀 모두 저력을 확인한 경기였다.

두 매치업이 달라서 더욱 흥미로운 4강 1차전이었다. 이제 각각 '열전'을 제압할 한 팀, 그리고 '냉전'에서 살아남을 한 팀이 결승에서 격돌하기 때문이다. 2차전에서 웃고 결승에 오를 팀은 어느 쪽이 될까.

결과에선 승리 그리고 패배로 나뉘었다. 리버풀과 레알이 일단 앞섰고, 로마와 뮌헨이 뒤를 쫓는다.

◆ 뜨거웠던 공격전: 슈팅 수 34개…80분 몰아친 리버풀, 10분 반격한 로마


뚜껑을 열어보니 화력전이 벌어졌다. 두 팀은 90분 동안 34개 슛을 날렸다. 80분간은 홈팀 리버풀이 압도했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가 가진 직선적 돌파와 주력을 앞세워 5골을 터뜨렸다. '게겐프레싱'도 힘을 발휘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영국 언론 B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달렸다. 그것은 경기를 완전히 바꿔 놨다. 그들은 이를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리버풀의 축구를 설명했다. 리버풀은 달리고 승리했다.

전반 36분 살라가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을 터뜨렸다. 1골의 리드를 잡자 정신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 시간엔 피르미누의 패스를 받아 살라가 공간으로 파고든 뒤 골키퍼를 살짝 넘겼다. 살라는 후반전에 특급 도우미가 됐다 후반 11분과 16분 연이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려 각각 마네와 피르미누의 골을 도왔다. 피르미누는 후반 24분 세트피스에서 5번째 골을 터뜨렸다.

▲ 신난 피르미누(왼쪽)와 친정 팀에 미안한 살라.

일방적이기만 했다면 명승부가 아니었을 터. 로마가 10분 동안 반격하면서 '변수'를 만들어 이 열전이 완성됐다. 후반 36분 에딘 제코가 뒤에서 넘어온 패스를 가슴 트래핑한 뒤 멋지게 마무리했다. 4분 뒤엔 제임스 밀너의 핸드볼 반칙 덕분에 페널티킥을 얻어 1골을 더 만회했다. 3골을 뒤졌지만 8강에서도 FC바르셀로나에 3골을 뒤진 채 홈에서 뒤집은 바 있다. 기적이 연속해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에우제비오 디 프란체스코 로마 감독은 이탈리아 언론 '메디아셋'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후 약간 평정심을 잃었다. 후반 막판에 나온 반응은 굉장히 좋았다. 이제 우리는 경기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차갑게 대치한 힘싸움: 침묵한 공격수들…기회 살린 레알, 낭비한 뮌헨

한 발 늦게 열린 경기는 전날 리버풀과 로마의 경기와 사뭇 달랐다.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이 벌어졌다. 전날의 경기를 '열전'이라 한다면, 침착하고 차갑게 경기를 읽는 두 팀의 경기는 '냉전'이라 할 만했다. 전반 초반부터 허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허리가 치열하니 공격수들도 힘을 쓰기 어려웠다. 각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배치된 상태에서 방심은 곧 실점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흐름은 파도처럼 밀려갔다 다시 돌아왔다.


관심에서 한 발 떨어진 수비수들이 공격적으로 힘을 냈다. 먼저 전반 28분 뮌헨이 오른쪽 측면 공격을 타고 선제골을 넣었다. 예상을 깨고 전진한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킴미히의 전진이 적중했다. 레알도 풀백으로 반격했다. 전반 44분 마르셀루가 공격에 가담해 득점을 올렸다. 전반은 1-1.

팽팽한 흐름을 깬 것은 지네딘 지단의 교체 카드였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스코를 제외하고 더 빠르고 직선적인 마르코 아센시오를 투입했다. 드리블 능력과 볼 관리 능력이 좋은 이스코는 치열한 힘싸움에선 활약이 크지 않았다. 후반 12분 하피냐가 걷어내기 실수를 저질렀고, 아센시오가 그대로 공을 끊어내면서 전진했다. 토니 크로스를 거쳐 아센시오에게 돌아온 패스로 완전히 골키퍼와 1대1로 맞섰다. 아센시오는 자신이 자랑하는 왼발로 정확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레알은 1골 리드를 잡자 수비적으로 전환했다. 원정에서 이미 2골을 넣은 상황. 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승리를 지켰다.

이 팽팽한 경기를 마친 뒤 양팀 감독은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승장' 지네딘 지단 감독은 "결과에 만족하지만 초반 경기 흐름을 통제하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2차전까지 싸워야 한다.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패장'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전반전에 아주 어리석은 실점을 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우리가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라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90분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 집중력에서 레알이 조금 더 나았다.

◆ 결승 매치업: 높은 곳이 익숙한 자vs도전하는 자

먼저 열린 리버풀과 로마는 도전자다. 4강에 오른 게 벌써 10년 전, 34년 전이다. 사실상 UCL 무대에선 새로 등장한 도전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전자로서 링에 오른 팀답게 화끈하게 맞붙었다. 리버풀은 8강에서 맨시티를 공격하고 또 공격해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로마는 FC바르셀로나 원정에서 1-4로 패했지만, 홈에서 포기하지 않고 맞서 3-0으로 승리해 4강 티켓을 확보했다.

2차전도 뜨거운 경기가 될 것이다. 리버풀이 2차전에서 마냥 수비만 펼칠 리가 없다. 약간 뒤로 물러설 순 있지만 리버풀은 공격하는 팀이다. 로마는 8강에서 보여줬듯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할 것이다. 그래서 3골 차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리버풀이 마음 급한 로마의 뒤를 노려 대량 득점을 하거나, 로마가 리버풀의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리버풀과 로마 가운데 누가 결승에 오르든 두 팀은 뜨겁게 도전할 것이다.

레알과 뮌헨은 4강 무대가 익숙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바이에른뮌헨과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함 레알마드리드는 4강쯤 오르면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익히 알고 있다. 신중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두 팀의 2차전은 또 다시 팽팽한 힘싸움이 예상된다. 뮌헨이 조금 더 공세를 취하겠지만, 섣불리 공수 밸런스를 깨지 않은 채 골을 노릴 것이다.

레알과 뮌헨 두 팀은 최근 5번의 시즌 가운데 4번 UCL 우승을 나눠가졌다. 레알이 3번(2013-14, 2015-16, 2016-17시즌), 뮌헨이 1번(2012-13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도 경험이 많고, 지단 감독과 하인케스 감독도 빅이어를 든 경험이 있다. 거침없이 달려들 도전자들을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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