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는 리버풀은 강하다. 그리고 가장 잘 달리는 살라(가운데)는 이미 '크랙'이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다니엘레 데 로시는 리버풀전 대패를 불운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은 준비한 축구로 승리를 낚았다고 평가했다. 리버풀이 구사하는 축구는 어떤 것일까.

리버풀은 25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서 AS로마에 5-2 승리를 거뒀다.

34년 만에 결승 진출을 노리는 로마에는 뼈아픈 패배였다. 경기 막판 2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한때 0-5까지 끌려갔다. FC바르셀로나를 8강에서 꺾고 올라온 로마는 자신감이 넘쳤을테지만, 리버풀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는 이탈리아 매체 '미디아셋'과 인터뷰로 리버풀전을 복기했다. 그가 꼽은 리버풀의 특징은 '롱볼'이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공격적으로 경기했다. 미드필드에서 영향력이 작았다고 느꼈지만, 그것은 리버풀이 자주 미드필드를 생략하고 경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꾸 롱볼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르셀로나와 차이는 그것 뿐이다. 불운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20-25분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강팀들은 경기 주도권을 쥐고 운영한다. 그리고 주도권은 점유율과 상당한 연관을 갖고 있다. 축구는 공을 골대 안으로 넣는 경기다. 공을 오래동안 잡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공격 기회가 늘고, 수비해야 할 위기는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팀들은 정확도가 높은 짧은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긴 패스는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 그리고 리버풀이 경기를 해석하는 방식은 다르다. 이들에겐 공이 어디서 머무느냐가 중요하다. 공이 골대에서 멀어진다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압박으로 상대 골대 근처에서 오래동안 공이 머물 수 있도록 한다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다. 리버풀은 공을 길게 걷어낸 뒤 최전방에 발빠른 스리톱과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들을 활용해 전방 압박을 펼친다. 공격이 끊어졌다고 여겨질 때, 빠르게 재압박해 다시 역습으로 연결한다. 높은 위치에서 다시 시작되는 역습은 상대가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공을 빼앗은 뒤 점유율 유지, 유기적인 패스 전개를 펼치려는 상대적 '강팀'들이 리버풀에 약한 이유도 이것이다.

▲ 클롭의 축구는 달릴 때 완성된다.

클롭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달렸다. 그것은 경기를 완전히 바꿔 놨다. 그들은 이를 대처하지 못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충분히 염두에 둔 경기 운영이란 뜻이다.

사실 8강전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고 올라온 것도 바로 '롱볼과 달리는 축구'의 힘이었다. 적극적으로 수비 뒤를 노리면서 '속도 경쟁'을 했고, 공격이 끊어진 뒤엔 빠르게 재압박해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려던 맨시티에 반격을 가해 골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사고'라고 말했지만, 리버풀은 중요한 경기마다 상대편이 사고의 희생자가 되도록 만든다.

패배를 '불운'이라고 평가했던 데 로시도 사실 리버풀의 강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공간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해 점점 경기가 나빠졌다. 하지만 상대가 훨씬 더 빠르다면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는 현존 가장 빠른 스리톱. 로마가 속도에서 대처하긴 어려웠다.

리버풀이 종종 약팀과 경기에서 고전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약팀들은 리버풀을 상대로 물러선 뒤 단순한게 공을 전방으로 걷어낸 뒤 한 번의 기회를 노린다. 속도를 다툴 공간은 줄어들고, 공격이 실패했을 때 재압박을 할 기회가 없다.

아직 90분이 남았지만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 결승 상대는 레알마드리드 또는 바이에른뮌헨이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을 강팀. 리버풀이 또 한번 강팀들의 경기 전략을 부수고 승리를 안을 수 있을까. 안일하게 리버풀을 상대로 공을 돌리려고 하다간 큰코다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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