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보기에도 그렇게 출혈이 심했나? 말은 많이 들었는데…."

'크레이지 광' 이광희(28·익스트림컴뱃)는 권아솔 전 부상에 대해 대화하다가 이렇게 되물었다. 그렇다. 그는 경기 동영상을 한번도 찾아 보지 않았다.

이광희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피가 많이 났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열 받을 거 같아서 영상은 안 봤다. 우연히라도 볼까봐 일부러 인터넷도 한동안 안 했다"며 웃었다.

"상처가 아물고 술을 꽤 마셨다"고 말할 땐 여러 의미가 담긴 쓴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이광희는 지난 3월 '로드FC 22'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권아솔과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펼쳤다. 운명의 3차전, 여기서 이광희는 1라운드에 권아솔이 던진 회심의 팔꿈치 카운터에 맞아 이마가 12cm나 찢어졌다. 지혈을 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출혈이 점점 심해졌고 결국 3라운드 닥터스톱 TKO패 당했다.

이광희는 8년 만의 재대결에서 라이벌 권아솔에게 두 번이나 허를 찔렸다고 인정했다. 근거리 팔꿈치 카운터에도 놀랐지만, 경기 전날 계체 때 권아솔이 강한 몸싸움을 걸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팔꿈치는 예측하지 못한 공격이었다"는 이광희는 "계체 때도 솔직히 놀랐다. 이마를 맞대고 기싸움을 펼칠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권)아솔이가 갑자기 내 목을 힘껏 밀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많이 흥분했다"고 밝혔다.

휴식기가 필요했다는 이광희, 그런데 지난달 13일 갑자기 로드FC에서 전화가 왔다. 오는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로드FC 24 일본대회'에 나설 예정이던 '무호흡' 김승연이 훈련 중 부상을 당했으니 대체 출전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이광희는 "살짝 고민했다. 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로드FC 라이트급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이것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루 정도 고민하고 오퍼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대는 오하라 주리(24·일본)다. 1990년 생인데 전적이 27전 16승 2무 9패나 된다. 타격을 즐기는 스타일로 12승을 KO로 장식했다. 거친 타격전에선 밀리지 않는 이광희와 궁합이 잘 맞는 파이터다.

이광희는 유독 원정경기에서 외국선수를 상대로 펼치는 경기에 약했다. 일본에서 일본인 선수와 네 번 싸워 1승 2패 1무효를 기록 중이다. 그는 "여전히 메이저가 목표다. 그러려면 원정경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하라를 상대로 징크스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FC 라이트급 정상을 향해 다시 뛴다. 이번 경기 후 상위랭커와 대결을 펼쳐 타이틀 도전권을 차지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쿠메 타카스케가 다음 상대라면 어떨까? 쿠메에게 승리한다면 타이틀 도전 명분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뛰는 '크레이지 광' 이광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그는 '크레이지 모드'의 스위치를 누른 상태였다.

원래 이광희는 경기 후 권아솔과 술자리를 갖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자리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권)아솔이가 목포에 자신의 체육관을 오픈하면서 바빴던 것 같다. 시간이 안 맞았다. 어영부영 지나가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사라졌다"는 이광희.

그에게 권아솔과 4차전까지 가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가 올라가고 아솔이가 지키고 있다면 다시 만날 것"이라며 "우리는 박종팔과 이효필 선수처럼 40대, 50대가 되도 라이벌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페더급 전향 가능성은 없냐고 물었을 때, 이광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 UFC에 진출했을 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도망가는 것 같지 않은가. 로드FC 라이트급에서 결판을 짓겠다"고 답했다.

■ 로드FC 24 대진

[미들급 타이틀전] 후쿠다 리키 vs 전어진
[무제한급] 카를로스 토요타 vs 최홍만
[헤비급] 가와구치 유스케 vs 최무배
[미들급] 미노와맨 vs 김대성
[밴텀급] 나카하라 타이요 vs 김수철
[88KG 계약체중] 타카세 다이쥬 vs 윤동식
[아톰급] 시나시 사토코 vs 박지혜
[라이트급] 오하라 주리 vs 이광희

■ 로드FC 영건스23 대진

[페더급] 히로카쥬 콘노 vs 홍영기
[밴텀급] 사토 쇼코 vs 김민우
[페더급] 하라이 토류 vs 김호준
[플라이급] 미나미데 고우 vs 김효룡
[페더급] 아키라 에노모토 vs 백승민
[미들급] 오자키 히로키 vs 나카무라 유타
[페더급] 타카시마 다이키 vs 스기야마 카즈시
[페더급] 코가네 쇼오 vs 사와이 하야토
[밴텀급] 오오바 쇼 vs 카나이 타쿠야
[웰터급] 유키 스즈키 vs 타나베 타케히토

[사진] 촬영 정성욱 BJJ 전문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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