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왼쪽)은 승리를 놓쳐도 팀이 이기면 웃는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3일 대전 LG전.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6회까지 3-0으로 앞서가면서 배영수는 시즌 2승과 통산 137승 요건을 갖췄다. 6회 배영수는 선두 타자를 출루시킨 뒤 한화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런데 다음 투수 이태양이 동점을 허용했다. 박용택에게 2점 홈런, 채은성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3-3 배영수의 승리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 순간 배영수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어서 중계 화면엔 교체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태양과 배영수가 나란히 앉는 장면이 나왔다. 승리를 잃은 투수와 승리를 날린 투수. 어딘가 불편해 보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배영수가 한 말은 뜻밖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태양이) 커브 하나 건졌으면 됐다. (박)용택이 형 타석에서 던진 커브가 정말 좋았다. 정말 많이 늘었다. ‘커브를 네 것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 배영수는 3일 LG전에서 KBO리그 통산 6번째로 14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현역 선수로는 유일하다. ⓒ한화 이글스

배영수는 통산 136승을 올린 현역 최다승 투수다. KBO 리그 역대 순위로는 5위. 10승을 더 올리면 선동열을 따라잡는다.

그러나 프로에서 17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승리 욕심이 없다. “내가 승리를 못해도 팀이 이기면 그것으로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날도 선발승을 놓친 아쉬운 마음도, 프로 통산 6번째로 1400탈삼진 기록을 달성한 기쁨도 그에겐 없었다. 그저 팀이 7-3으로 이기고 3연승을 달린 사실에 기뻐했다. 배영수는 “팀이 이겼으면 됐다. 지난 3경기에서 잘 던지다가 한 이닝이 자꾸 꼬였는데 이날은 (최)재훈이와 호흡도 좋았고 괜찮았다”고 활짝 웃었다.

박정진이 1군에 없는 현재 배영수는 투수조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후배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낸다. 김재영은 “배영수 선배님의 조언이 투구할 때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격려도 그의 몫. 지난해 송은범에게 좋지 않은 여론이 만들어졌을 때 배영수는 대외적으로 “(송)은범이의 공은 우리 팀에서 가장 좋다. 반드시 올라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현재 한화 불펜은 지난해와 달리 박상원 박주홍 서균 등 20대가 주축이다. 권혁과 송창식은 퓨처스리그에 있다. 그런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3.72로 리그에서 유일한 3점대다. 불펜 투수들은 이를 서로 인식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고 있다. 질책보단 칭찬을 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 가려는 배영수의 배려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팀에 젊은 선수가 많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베테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영수는 그 이유를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다. 신구의 적절한 조화에 한화는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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