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투수 배영수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평가가 있다. "배영수는 몸쪽을 잘 던지는 투수다."

그가 18년 동안 투수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역시 몸쪽 승부에 있다. 우리 나라에서 몸쪽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투수가 바로 배영수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몸쪽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알지만 맘 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의 몸에 맞힐까봐, 행여 가운데로 몰릴까 두려워하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몸쪽은 타자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 몸쪽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그런 배영수가 3일 대전 LG전이 끝난 뒤 그동안 감춰왔던 속내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 이날 배영수는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개인 통산 1400 탈삼진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1400탈삼진은 현역 최다 기록이다.

배영수는 "이제 와서 털어놓는다. 난 솔직히 바깥쪽이 두려웠다. 바깥쪽을 던지면 맞아나갈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깥쪽을 던지기 어려워 하는 투수들은 많지 않다. 투수 훈련의 기본은 바깥쪽을 던지는 것 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배영수는 그 바깥쪽을 던지는 것이 어려웠었다고 털어놓았다.

구속 저하와 함께 자신감이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뿌릴 땐 몸쪽이나 바깥쪽을 가리지 않았다. 어디에 던져도 크게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의 수술 이후 구속은 감소했고 자신감도 비례해서 떨어졌다. 그가 몸쪽을 더 집요하게 파고 들었던 이유다.

▲ 현역선수 최다인 1400K를 달성한 배영수. ⓒ한화 이글스

반대로 바깥족은 잘 던지지 않았다. 배영수의 몸쪽이 보여지는 것 보다 더 많이 맞아 나갔던 이유다. 한쪽만 고집하다보니 타자들에게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혼자만 알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런 배영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송진우 한화 투수 코치였다.

송 코치는 스프링캠프서 배영수가 처음 불펜 투구를 하는 날 "너 바깥쪽은 안던지더라. 몸쪽이 아무리 좋아도 양쪽을 고르게 공략하지 않으면 집중타를 맞을 수 있다. 바깥쪽도 던지며 네가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네 몸쪽이 더 살 수 있다. 너 정도 제구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배영수는 "그때 정말 깜짝 놀랐다. 속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시 바깥쪽을 제대로 던져보겠다고. 겨울 동안 바깥쪽 제구에도 많은 신경을 썼고 실전에도 활용하고 있다. 올해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바로 바깥쪽을 던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아직 완전치는 않지만 던질 수 있는 레퍼토리가 늘어난 기분이다. 다음 경기는 더 잘 던져 보겠다"고 말했다.

홀가분하게 자신을 내려 놓은 배영수. 그가 던지는 바깥쪽 승부가 올 시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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