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임시 5선발을 맡으며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운이 좋았다. 그래도 나름 분위기 전환이 된 거 같다."

시즌 초반 두산 베어스 젊은 필승 조가 눈길을 끌었다. 이영하(21) 박치국(20) 곽빈(19) 등 영건들이 자기 몫 이상을 했다. 덕분에 두산은 뒷문 걱정을 덜면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영건들 사이에서 맏형인 이영하는 마냥 웃지 못했다. 올 시즌 구원 등판한 10경기에서 11⅔이닝 평균자책점 7.71에 그쳤다. 4월 들어 감이 좋지 않았다. 이영하는 "계속 마운드에서 흐름이 안 좋았다. 불펜은 짧게 던지니까, 한번 안 좋으면 만회할 수가 없었다. 밸런스가 계속 안 맞아서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임시 5선발 보직을 맡은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5선발 이용찬이 급작스럽게 옆구리를 다치면서 대체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처음에 유재유와 이영하를 두고 고민했고, 지난달 18일 잠실 한화전에 유재유를 먼저 내보냈다. 호투하던 유재유는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2이닝 만에 내려왔고, 마운드를 이어 받은 이영하는 3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영하는 "한화랑 할 때 길게 던지면서 조금 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⅓이닝씩 던지니까 감이 조금 올라올까 싶으면 내려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번 길게 던지니까 감이 괜찮아졌다. 다음 KIA전(지난달 20일)에도 안타는 맞았지만 볼은 괜찮았다. 그래서 코치님께 조금씩 감이 돌아오는 거 같다고 했는데, 그때 선발 기회가 왔다"고 되돌아봤다. 

올 시즌 선발 데뷔전은 지난달 24일 문학 SK전이었다. 이영하는 3⅔이닝 5피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5일 뒤에 열린 마산 NC전에서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5일 사이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영하는 "SK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는 4, 5회를 바라봤다. 그렇게 하니까 안 되더라. 불펜은 짧게 던지니까 힘을 다 쓰고 내려오는데, 선발이니까 뒤를 바라봤다. 코치님께서 그렇게 던지지 말라고 하셨다. 한 이닝씩만 보고 던지라고. 그 말을 듣고 그대로 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이영하 ⓒ 두산 베어스
선발로 좋은 공을 던지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영하는 "동생들보다 중간에서 못 던져서 선발로 간 건 사실이다. 필승 조였으면 안 빠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길든 짧든 언제든 던질 준비를 늘 한다. 나는 길게 던져줘야 하는 상황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게 준비하고, 누구든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채우는 게 먼저인 거 같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박치국, 곽빈과 경쟁은 이영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해는 젊은 투수가 없어서 경쟁할 사람이 없었다. 올해는 많다 보니까 친해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려고 한다. 뭘 잘하나 지켜보고, 그러면서 서로 성장하는 거 같다. 지난해는 다 선배, 형들이라 보면서 배우기 바빴지 경쟁을 하려고 하진 않았다. 올해는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배우고 알려주면서 점점 성장하는 거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용찬이 돌아와도 이영하를 계속해서 선발 로테이션에 둘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용찬이가 들어올 때까지는 일단 선발은 (이)영하로 간다. 다른 선발투수들의 피로도가 높으면 중간에 투입하는 계산도 선다"고 밝혔다. 

이영하는 "팀 사정상 선발로 나가는 거지만, 내겐 기회가 온 거다. 선발로 나가서 좋은 투구를 보여 드리면, 나중에 불펜으로 돌아가도 도움이 된다"며 어느 보직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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