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명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3일 대전 LG전에서 한화의 위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7회 1사 2루에서 대타 이형종의 타구가 쏜살같이 안영명의 정면으로 향했다. 안영명은 이미 포구 자세를 잡고 있었다. 순식간에 타구를 잡아냈다. 지체하지 않고 2루를 봤다. 직접 2루 쪽으로 달려가 2루 주자를 몰았다. 2루 주자에 이어 1루 주자까지 잡으면서 이닝이 끝났다. 손에서 공을 놓았을 때부터 주자를 잡은 순간까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안영명은 “계속 뒤를 돌아 (정)근우 형과 사인을 맞추면서 2루 주자가 스킵이 긴 것을 확인했다. 2루 주자가 스킵을 많이 했을 때 따라가서 잡는 연습을 많이했는데 실전에서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송진우 코치님께서 가장 강조하는 게 투수 수비다. 그런 걸 놓치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쓸 데 없이 준다. 그래서 던지고 나서 곧바로 수비하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야구에선 투수들이 수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투구에 온 신경을 쏟아 미처 수비 자세를 갖추기 어려워 하는 선수들이 많다. 수비 훈련을 하는 시간에 구종 하나를 더 배우는 게 낫다는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상당수다.

투수는 타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야수. 그래서 공을 놓는 순간 제5의 내야수가 된다. 선동열 국가 대표 팀 감독은 과거 “투수 수비가 좋으면 5승을 더 할 수 있다”며 투수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355승 투수 그렉 매덕스는 현역 시절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투수였다. 각 포지션 별로 최고의 수비력을 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를 18회나 수상했다. 병살 성공 98회, 자살(Put out)는 546회로 메이저리그 최고로 남아 있다. 지난해 KT에서 뛰었던 돈 로치는 “난 땅볼 유도형 투수이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하다. 그래서 매덕스가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도 수비력이 꽤 좋은 투수였다. 그 역시 유소년들을 볼 때면 “투수도 수비를 잘 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송진우 한화 투수 코치는 한국에서 가장 수비를 잘했던 투수다. 현역 시절 그의 수비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공을 던지고 수비 자세를 취하는 과정이 웬만한 내야수들보다 빠르고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그 역시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을 때나 지도자 생활을 할 때나 투수들이 수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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