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덕 한화 감독(왼쪽)이 정은원을 격려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행복 야구'는 마치 한화 야구의 슬로건처럼 되어 버린 단어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치는 관중들의 응원가에서 따온 단어가 한화 야구의 상징으로 굳어 버렸다.

올 시즌 한화 야구는 행복 야구에 가까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22승 중 12승이 역전승일 정도로 끈끈한 야구를 펼치고 있다. 탄탄한 불펜은 보는 이들을 편하게 하고 있고 여전히 화끈한 공격력은 시원한 맛을 안겨 주고 있다.

선수들도 하나 같이 "지금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뒤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야구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화의 행복 야구엔 전제 조건이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가 선수들에게 주어져 있다. 한용덕 감독이 만든 경쟁 구도는 선수들에게 방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백조를 연상시키는 야구다. 물 위에선 고고하고 여유가 있지만 물 밑에선 끊임없는 발갈퀴질이 있어야 떠 있을 수 있는 백조처럼, 여유와 행복이 넘쳐 보이지만 그 속에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 한 관계자는 "한용덕 감독이 절묘하게 경쟁 구도를 만들어 놓았다. 그 속에서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결과들이 모여 승리로 이어지니 팀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용덕 감독. ⓒ한희재 기자

한 감독은 덕장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메시지를 던질 땐 그 누구보다 강력한 단어들을 쓰는 지도자다.

"권혁과 송창식 박정진 등을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된다 해도 현재 1군에 자리가 없다. 1군에 있는 선수들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한없이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 윤규진은 거듭된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고 김민우 김진욱 등 새 얼굴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

정근우가 수비 불안으로 2군에 내려가자 수비는 건실한 신인 정은원을 중용하며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져 놓았다. 당시 한 감독은 "심리적 영향으로 보이진 않는다. 몸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졌다. 2군에서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이 기다렸다.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며 잘해 주길 바랐지만 중요할 때 실책이 많이 나왔다. 다시 몸을 잘 만들어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테랑들을 2군에 보낼 때 쓰는 흔한 수식어 하나 없었다.

양성우가 그 어느 해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지만 롯데서 영입한 김민하를 과감하게 쓰는 것도 한 감독의 전략 가운데 하나다.  

긴 레이스를 펼치는 데 경쟁 구도는 큰 힘이 된다.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주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조의 발놀림을 닮은 한화의 행복 야구. 미소 뒤에 감춰진 총성 없는 전쟁은 지금 한화를 보다 강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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