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투수 배영수는 순간 잠시 당황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송진우 한화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미 배영수는 더 던지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피가 난 부분도 보기가 안 좋았을 뿐 투구에 별반 지장을 주지 않았다.
타자는 김재환이었다. 배영수의 공을 담장 밖으로 곧잘 날리는 선수였다.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던 배영수는 김재환에게 좌월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치명타를 안았다.
이기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가 끝이었을 수도 있다. 상대 선발투수 이용찬의 구위를 봤을 때 5점 차를 뒤집는 건 쉬운 일은 아닌 듯 느껴졌다.
게다가 물집이라는 좋은 핑계도 있었다. 그냥 마음을 놓아 버리고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영수는 그러지 않았다. 6회를 끝까지 책임졌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까지 잡았다. 승리에선 거리가 멀어져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부상도 있었고 상황도 넘어갔다. 얼마든지 교체를 원할 수 있었다. 불펜에선 이미 이태양이 예열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배영수는 왜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을까.
배영수는 우선 "미안해서"라고 했다. 포수 최재훈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최재훈은 전날 헤드샷 부상으로 이날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쉬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최재훈은 출장을 강행했다. 배영수를 위해서였다. 최재훈은 출장을 결정한 뒤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공부 많이 하고 준비 많이 했습니다. 꼭 승리하시도록 돕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배영수의 마음을 움직인 말이었다.
배영수는 "5회까진 나쁘지 않았는데 6회에 실투가 나왔다. 김재환에게 던진 공은 바깥쪽 낮게 사인이 나온 공이었다. 내가 가운데로 던지다 홈런을 맞은 것이다. 물집은 중요하지 않았다. 재훈이 사인대로 됐다면 안 맞을 수 있었는데 순전히 내 탓이었다. 힘든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재훈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내려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유다. 나 혼자 생각하고 고생하는 재훈이만 두고 내려가 버릴 수 없었다. 늘 재훈이에게 큰 도움을 받는다. 언제나 투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 때문에 마음 든든하다. 꼭 승리로 그 고마움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팀 내 불펜 상황이었다. 한화는 최근 접전 승부가 많다 보니 불펜 소모가 그만큼 많았다. 무리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아껴 줄 필요는 있었다. 배영수는 승리가 요원해진 상황에서도 최대한 자기가 던질 수 있는 상황까지는 던지고 싶었다.
배영수는 "우리 불펜 투수들이 고생이 많다. 오늘은 나와 (이)태양이 만으로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최선을 다해 더 던져야 했다. 7회까지 막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했다. 다행히 태양이로 경기를 끝날 수 있게 됐다. 주말 SK 3연전이 중요한데 우리 투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배영수는 이날 경기의 패전투수가 됐다. 최근 6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등판 때마다 내용이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영수는 '미안한 마음'을 먼저 떠올렸다. 물집이 터져 피가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려 애썼다. 승리는 얻지 못했지만 보이지 않게 팀에 힘을 보탰던 배영수의 등판이었다. 또한 최근 한화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 '상큼한 라임걸' 아이유, 가녀린 각선미
- '1경기 최다 자책점' 왕웨이중, 포수 패스트볼에 울다
- 마무리 투수는 1이닝 정우람의 해답
- 우승 팀 맞아? KIA, 치명적인 실책 퍼레이드
- '데칼코마니 타격' 허경민-박건우, 화끈하게 7안타 합작
- LAA 오타니, 8G 만에 멀티히트+개인 첫 4출루
- '11G 연속 출루' 추신수, 타율 0.256…TEX 2연승 마감
- [SPO일러] '선발 복귀' 두산 유희관, 6년 전처럼 일어설까
- MLB.com "올해의 기묘한 아웃, 1-2-추-2-6 플레이"
- 금지약물 적발 카스티요, 80G 아웃 "모두 내 책임"
- 과학자들도 해결 못 한 '홈런의 시대' 원인 찾기
- NC 장현식 퓨처스리그 KIA전 호투 …버나디나는 3루타
- [퇴근길 MLB] 오타니, 오늘은 삼진 기계 아닌 출루 기계!
- [SPO 현장] 김태형 감독 "파레디스, 타격 타이밍 좋아졌다"
- 넥센 안우진 1군 콜업…SK 남윤성도 1군 등록
- [SPO 현장] KIA 김세현 말소, 김기태 감독은 "마음의 여유 주려고"
- [SPO 현장] NC 장현식 복귀 초읽기 "26일부터 동행"
- [SPO 현장] '3G 연속포' 삼성 강민호, "좋은 계기 됐다"
- '서른 즈음에' NC 노성호, 다시 잡는 선발 기회
- [SPO 현장] SK 힐만 감독 "문승원, 효과적으로 던진다"
- [SPO 현장] KIA 김주찬, 홈런으로 통산 2,500루타
- [NPB] 한신 OB가 본 로사리오 "교체-말소 필요없다" 왜?
- 두산, 25일 '대화제약' 스폰서 데이 실시
- [SPO 현장] KIA 한승택, NC 최성영 상대 데뷔 첫 홈런
- [SPO 현장] NC 스크럭스, 14G 만에 홈런포 가동
- [SPO 현장] 삼성 구자욱, 유희관 상대 '시즌 마수걸이포'
- [SPO 현장] '6⅓이닝 3실점' 두산 유희관, 기대 높인 복귀전
- [SPO 현장] SK 최정, 한화전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7회초 교체
- [SPO 현장] NC 또 부상…이민호 왼쪽 발목 염좌 "아이싱 중"
- '헥터 5승+홈런 5방' KIA, NC 잡고 연패 탈출
- '백정현 인생투' 삼성, 선두 두산 6-1 완파…5연승 질주
- '8G 7승' 마산구장에 나타난 '공룡 사냥꾼' 헥터
- '홈런까지 폭발' 구자욱의 질주는 계속된다
- 기습번트-과감 주루…NC, 연패 탈출 의지'는' 보였지만
- '김광현 6승-김성현 결승타' SK, 한화 꺾고 단독 2위
- [SPO 톡] 김한수 삼성 감독 "백정현 정말 훌륭한 피칭했다"
- [SPO 톡] '8이닝 역투' 삼성 백정현, "수비 도움 힘 됐다"
- '2G 연속 QS' SK 김광현, 꿋꿋하게 버틴 '에이스'
- [SPO 톡] '마수걸이포' 삼성 구자욱, "큰 의미 두지 않는다"
- 올해 SK전 4연패 한화, 김광현 만난 타선은 침묵
- [SPO 톡] SK 힐만 감독 "김광현, 건드릴 수 없는 투구 펼쳐"
- [SPO 톡] '시즌 첫 8이닝' SK 김광현 "야수들 덕에 길게 던졌다"
- [SPO 톡] '결승타' SK 김성현 "김광현 승리 돕고 싶었다"
- [SPO 톡] '연패 탈출' 김기태 감독 "김주찬-한승택 기록 축하한다"
- "직구 좋다" 백정현 인생투 이끈 강민호의 리드
- [SPO 톡] '2,500루타' 김주찬 "다른 어떤 기록보다 기분 좋다"
- 불가피했던 유원상 58구…NC 마운드 악순환 연속
- [SPO 톡] 솔직한 한승택 "수비도 좋지만 홈런이 더 좋네요"
- [SPO 톡] SK 힐만 감독 웃게 만드는 로맥-이재원
- 안우진의 환영 받지 못한 데뷔, 구단 잘못도 크다
- '인기몰이' 한화, 증가하는 '평일 관중'
- 고영표-최원태, 이젠 ‘선발 요원' 아닌 '완성형 에이스'
- [SPO 톡] '홈런 2위' SK 로맥이 본 동료 최정의 장점
- '공격 혈 뚫은' 삼성 구자욱, 이제 건강만 해라
- 선동열 감독 "조상우 무죄라도 AG 합류 어려울 것"
- 추신수, 7경기 만에 홈런포…시즌 7호 홈런 (1보)
- 세스페데스 달리기 시작…재활 경기 거쳐야 ML 복귀
- 로저스 지운 샘슨, 로사리오 잊게 한 호잉
- 보스턴, 핸리 라미레즈 DFA…유력 행선지는 6곳
- '오승환 1이닝 무실점 홀드' TOR, PHI에 1점 차 신승
- 3타수 무안타 오타니, 볼넷으로 6G 연속 출루
- 2018 KBO 리그, 300만 관중 카운트다운 -4만 9,607명
- 1홈런 3볼넷 추추트레인 '폭주'…텍사스 8-4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