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희가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이태희는 상금 3억 원과 PGA 출전권을 획득했다. ⓒKPGA
[스포티비뉴스=송도, 취재 정형근, 영상 이강유 기자] "지난 2월에 아기가 태어났어요. 전지훈련을 떠나는 대신 와이프와 함께 있었죠. 연습을 잘 못했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기가 나를 보면서 웃고 있으니 슬픈 일이 없죠.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골프 선수와 아버지,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정신은 없지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들 바보' 이태희(34)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직후 가족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1년 전 '악몽'은 삶의 전환점이 됐다. 카이도 드림오픈에서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이태희는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이태희는 결국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집에서 와이프와 함께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이태희는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아이가 생겼어요. 와이프가 우승을 했으면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죠. 당시 우승을 못했어도 사랑하는 아들이 태어나서 괜찮았어요."

이태희는 27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이태희는 이정환(27)을 두 타 차이로 따돌리며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이태희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2006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태희는 2015년 KPGA 대상을 받은 후 슬럼프를 겪었다. 골프 규정이 바뀐 게 영향을 미쳤다. 

"대상을 받은 이후 골프 규정이 바뀌어 롱 퍼터가 금지됐어요. 올해 4월 개막전부터 코치 조언으로 조금 긴 퍼터(36인치)를 집게 그립으로 잡는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바꿨는데 생각보다 빨리 우승을 해 기뻐요."

우승을 차지한 이태희는 상금 3억 원과 제네시스 G70 차량을 받았다. 두 차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태희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PGA투어 'THE CJ CUP'과 내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지는 제네시스 오픈 출전 자격을 얻었다.

"누구나 꿈을 꾸는 게 PGA 투어 우승이에요. 아직 실감이 나진 않아요. 저는 잃을 게 없어요. 신나게 치다가 올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신납니다. 성적과 관계없이 너무 행복한 한 주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날 대회장을 찾은 20,215명의 갤러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태희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태희의 골프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 이태희는 제네시스 G70 차량도 받았다.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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