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린드블럼은 현재 자타공인 두산의 에이스다. 수년간 두산을 책임져 온 니퍼트와 이별 후 선택한 투수. 린드블럼은 개막전 제외 최근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라는 안정적인 투구로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지금의 린드블럼을 만든 핵심 구종은 슬라이더(커터 포함)다. 린드블럼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29%에 불과하다. 슬라이더는 그 보다 많은 30.4%다.

이외에도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타자를 현혹시키는 린드블럼이지만 가장 기둥이 되는 구종은 역시 슬라이더다.

이유는 피안타율에서 드러난다. 린드블럼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1할8푼2리에 불과하다. 대신 헛스윙 비율은 47.5%나 된다.

그렇다면 린드블럼의 슬라이더는 어떻게 언터쳐블이 됐을까. 그 속엔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번째 힌트는 스플리터에 있다. 린드블럼은 스플리터도 자주 사용한다. 구사율이 9.4%로 적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스플리터가 떨어지는 위치다. 린드블럼이 스플리터는 일반적인 스플리터와는 다른 위치에 떨어진다.

보통의 슬라이더가 떨어지는 곳 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슬라이더가 떨어지는 곳에 안착하는 경우가 더 많다.(그래픽 참조)

타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는 회전 자체가 다른 구종이기 때문이다. 슬라이더가 탑 스핀을 건다면 스플리터는 역회전으로 떨어진다.

타자들 중에는 회전을 통해 구종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슬라이더와는 반대 회전이면서 슬라이더와 비슷한 궤적으로 오는 공은 낯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린드블럼의 슬라이더는 두 가지 종류로 날아온다. 빠르고 짧게 꺾이는 컷 패스트볼이 있고 각 크게 꺾여나가는 슬라이더가 있다.

슬라이더와 커터를 모두 잘 던지는 투수는 있다. 하지만 스플리터까지 슬라이더 궤적으로 던지다 보니 린드블럼에겐 세 가지 슬라이더 무기가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 린드블럼. ⓒ한희재 기자

컷 패스트볼은 상당히 빠르게 꽂힌다. 롯데 시절이던 지난 해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구속이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만큼 날카로움이 더해졌음을 뜻한다.

컷 패스트볼은 평균 139km에서 최고 141km까지 찍히는 빠른 구종이다.

슬라이더는 이 보다 당연히 느리다. 134km 정도가 평균 수준이다. 대신 꺾이는 각이 좋아 헛스윙 유도에 유리하다.

여기에 131km대 스플리터가 슬라이더 처럼 변하며 떨어진다. 스플리터라는 것을 타자가 인식하더라도 일반적인 도착 지점과 다르다 보니 스윙 궤적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커진다. 스윙을 공이 오는 방향에 따라 갑자기 바꿀 수 있는 타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처럼 린드블럼의 슬라이더는 3색의 변화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타자들에게는 부담 그 자체가 된다. 린드블럼이 패스트볼 보다 많은 슬라이더를 던지는 이유다.

이제 대부분 구단들과 한 차례 이상 대결을 한 린드블럼이다. 과연 앞으로도 3색 슬라이더가 먹힐 수 있을 지가 포인트다. 두 번째 이후 대결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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