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6일 대전 SK전에서는 홈으로 뛰어 들어오던 로맥의 무릎과 머리가 정면 충돌하며 쓰러졌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MRI 등 정밀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용덕 감독이라면 엔트리 제외를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결론은 엔트리서 빠지지 않는 쪽으로 내려졌다. 백업 포수 지성준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데도 출장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기겠다는 것이 한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최재훈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고 할 수 있다.
한화 한 투수는 "(최)재훈이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투수들을 생각하면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재훈의 무엇이 이처럼 두터운 신뢰를 만들어 낸 것일까.
최선참 배영수는 일단 기본기를 꼽았다. 배영수는 "포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밍과 블로킹 능력이 빼어나다.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애매한 공을 스트라이크 콜을 받게 만들어 준다. 블로킹도 좋기 때문에 변화구를 던지는 데도 두려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상대 타자의 장단점은 물론 최근 페이스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때문에 재훈이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투수에게 좋은 조건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포수"라고 평가했다.
투수의 실수도 감싸줄 수 있는 포수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수 A는 "가끔 포수와 사인이 어긋날 때가 있다. 패스트볼 사인이 나왔는데 변화구를 던지면 100이면 100, 뒤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최재훈은 다르다. 사인과 다른 공이 와도 잘 잡아 준다. 사인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투수는 정말 고맙다. 최재훈 경기에서 투수들의 반대 투구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인과 다른 코스로 공이 날아가도 최재훈이 잘 잡아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인과 다른 공을 잡는 능력은 또 다른 효과를 불러온다. 전략을 상대에서 노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최재훈과 경기를 할 때, 가끔씩 사인 없이 던질 때가 있다. 내 마음대로 던지는 것이다. 주자가 있을 때 주로 활용한다. 만에 하나 상대에게 사인이 캐치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최재훈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일단 투수의 마음을 잘 안다. 투수가 뭘 던지고 싶어할지 스스로 파악하고 준비한다. 두 번째는 캐칭 능력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공이 와도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잡아 준다. 때문에 최재훈을 믿고 사인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 상대 팀에서 사인을 훔치려다가도 당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커닝 페이퍼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사인은 훔치고 지키는 싸움이다. 훔치려는 상대를 막아 내는 것이 능력이다. 최재훈과 함께라면 이 작업이 매우 수월해 진다는 뜻이다. 사인 없이 던져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잡아 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최재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투수 B는 "최재훈은 항상 자신을 탓한다. 투수가 못 던져서 결과가 안 좋아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고 공부한다. 그런 면에서 신뢰가 많이 간다"고도 했다.
이처럼 최재훈은 투수의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없이 한화의 안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타율은 2할에도 못 미치지만 투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포수. 최재훈이 대체 불가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