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훈(왼쪽)이 경기를 마친 뒤 서균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포수 최재훈은 올해에만 머리 쪽에 세 차례나 큰 부상을 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겪었고 지난 23일에는 두산 투수 이영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6일 대전 SK전에서는 홈으로 뛰어 들어오던 로맥의 무릎과 머리가 정면 충돌하며 쓰러졌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MRI 등 정밀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용덕 감독이라면 엔트리 제외를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결론은 엔트리서 빠지지 않는 쪽으로 내려졌다. 백업 포수 지성준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데도 출장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기겠다는 것이 한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최재훈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고 할 수 있다.

한화 한 투수는 "(최)재훈이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투수들을 생각하면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재훈의 무엇이 이처럼 두터운 신뢰를 만들어 낸 것일까.

최선참 배영수는 일단 기본기를 꼽았다. 배영수는 "포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밍과 블로킹 능력이 빼어나다.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애매한 공을 스트라이크 콜을 받게 만들어 준다. 블로킹도 좋기 때문에 변화구를 던지는 데도 두려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공부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상대 타자의 장단점은 물론 최근 페이스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때문에 재훈이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투수에게 좋은 조건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포수"라고 평가했다.

투수의 실수도 감싸줄 수 있는 포수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수 A는 "가끔 포수와 사인이 어긋날 때가 있다. 패스트볼 사인이 나왔는데 변화구를 던지면 100이면 100, 뒤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최재훈은 다르다. 사인과 다른 공이 와도 잘 잡아 준다. 사인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 투수는 정말 고맙다. 최재훈 경기에서 투수들의 반대 투구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인과 다른 코스로 공이 날아가도 최재훈이 잘 잡아 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인과 다른 공을 잡는 능력은 또 다른 효과를 불러온다. 전략을 상대에서 노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배영수(가운데)가 마운드에서 송진우 코치(왼쪽), 최재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희재 기자

배영수는 "최재훈과 경기를 할 때, 가끔씩 사인 없이 던질 때가 있다. 내 마음대로 던지는 것이다. 주자가 있을 때 주로 활용한다. 만에 하나 상대에게 사인이 캐치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최재훈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일단 투수의 마음을 잘 안다. 투수가 뭘 던지고 싶어할지 스스로 파악하고 준비한다. 두 번째는 캐칭 능력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공이 와도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잡아 준다. 때문에 최재훈을 믿고 사인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 상대 팀에서 사인을 훔치려다가도 당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커닝 페이퍼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사인은 훔치고 지키는 싸움이다. 훔치려는 상대를 막아 내는 것이 능력이다. 최재훈과 함께라면 이 작업이 매우 수월해 진다는 뜻이다. 사인 없이 던져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잡아 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최재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투수 B는 "최재훈은 항상 자신을 탓한다. 투수가 못 던져서 결과가 안 좋아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고 공부한다. 그런 면에서 신뢰가 많이 간다"고도 했다.

이처럼 최재훈은 투수의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없이 한화의 안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타율은 2할에도 못 미치지만 투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포수. 최재훈이 대체 불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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