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주로 해설 위원들이 맡는다. 해설 위원이기에 앞서 야구 선배들과 대화인 만큼 대부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된다.
송진후 한화 코치는 잘 알려진 대로 해설 위원을 지낸 바 있다. 그도 첫해 마이크를 들고 선수 인터뷰에 나섰다.
그런데 첫 인터뷰부터 꼬여 버리고 말았다. 한화 선수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송 코치가 처음 만난 한 한화 선수는 송 당시 위원에게 하고싶은 말을 묻자 "그때 제게 왜 그러셨어요. 매번 저를 볼 때마다 "에휴 답이 없다. 답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에 많이 좌절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농담이 섞인 대답이었지만 순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송 코치도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더듬거려야 했다. 송 코치가 초보 코치 시절 어떤 코치였고 왜 실패를 했는지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송 위원은 다시 송 코치가 됐다. 그리고 그는 매우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현재의 송 코치는 선수들의 어려움을 먼저 이해하고 다가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선수별로 부족한 분야를 족집게처럼 집어 내 맞춤 처방을 내린다.
단점을 부각하기보다 장점을 살려 주는 코멘트로 선수들을 이끈다.
송은범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게 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송은범은 “송진우 투수 코치가 투심 패스트볼을 권유해 줬다. 송 코치님 덕분에 이렇게 됐다”며 고마워한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자신이 바깥쪽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쪽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해 준 송 코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송 코치를 “은인”이라고 부른다. 외국인 듀오 샘슨과 휠러는 “송 코치의 조언에 따라 투구에 해답을 찾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 밖에도 올 시즌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 선수들이 송 코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긍정의 기운을 선수들에게 심어 준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송 코치는 “아무래도 해설 위원을 하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야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또 예전에 코치를 했을 때보다 지금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분야가 커졌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 중심이 아니라 선수 중심으로 가야 한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투수다. 난 내비게이션이다. 선수가 다르게 가면 좋은 길로 안내해 줘야 한다. 우리가 그전에 훌륭한 지도자들에게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선수들에게 알려 주고 잘하고 있을 때 칭찬하는 게 내 일이다. 선수들과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의 단점에 한숨부터 내쉬던 그 옛날의 송진우 코치가 아니라는 걸 그의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송 코치에게 정색 인터뷰를 했던 그 선수의 한마디가 지금의 송진우 코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근 한화 공격력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안정된 마운드 덕에 든든히 버텨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엔 누가 뭐라 해도 송진우 코치가 있다. 코치로서 첫 커리어에서 실패를 맛 본 것이 두 번째 도전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