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 여자 배구에서 주 공격수 김증복 등이 은퇴한 북한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2년 전 뮌헨 올림픽에서는 한국이 0-3으로 완패했다. 코트 오른쪽 노란 유니폼이 한국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한때 뜸했던 여자 배구 남북 경기가 2010년대 들어 ‘비교적’ 자주 열리고 있다.

2011년 9월 대만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세트스코어 3-1로 물리쳤다. 여자 배구 남북 경기는 1992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NHK배 대회 이후 19년 만이었다.

1970년대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던 북한 여자 배구가 이후 전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국제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에 한국과 겨룰 기회가 없었다.

한국은 이 대회 이후 지난해 9월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린 2018년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3-0으로 또 이겼다.

한국은 1963년 도쿄 올림픽 예선전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에 0-3으로 졌으나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3-0으로 이긴 이후 이 대회까지 7연승 했다.

북한은 뮌헨 올림픽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물리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북한의 여자 배구 동메달은 한국과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선수들이 기록한 첫 번째 올림픽 구기 종목 메달이다.

북한 여자 배구는 197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이때까지 미국과 서유럽, 남미 나라들은 여자 배구를 레크리에이션 정도로 즐기는 수준이었다.

북한은 1956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7개 나라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제2회 대회이기도 하거니와 비극적인 민족상잔의 한국전쟁이 끝난 뒤 3년 만에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9인제(극동식) 배구를 하고 있을 때다. 북한은 1962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4개 출전국 가운데 10위를 했다.

한국은 1967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했으나 이 대회에는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나라들이 불참하고 일본과 미국, 한국, 페루 등 4개국만 출전했다. 북한은 1970년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소련과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고 1972년 뮌헨 대회에서 일본(1964년 도쿄 대회 금메달,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은메달)에 이어 아시아 나라로는 두 번째로 올림픽 여자 배구에서 메달을 차지했다.

2011년 대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북한 대표 팀을 이끌고 온 감독 이름 강옥순이 어디에선가 본 듯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동메달 멤버였다.

강옥순은 비롯해 황희숙 장옥림 정옥진 김증복(한때 김정복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명숙 김연자 백명숙 리춘옥 등 북한 선수들은 김영자 이순복 조혜정 유정혜 윤영내 유경화 등 또래 한국 선수들과 치른 3위 결정전에서 3-0(15-7 15-9 15-9)으로 완승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조혜정 유정혜 유경화 등은 4년 뒤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으니 당시 북한 여자 배구의 실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인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번에는 북한이 한국에 0-3(6-15 5-15 9-15)으로 완패했다. 이 대회에는 한국과 북한, 일본, 중국, 이란 등 5개국이 출전해 풀리그로 순위를 가렸다. 한국은 일본에 1-3으로 졌으나 북한은 물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등에 빛나게 될 중국을 3-0으로 꺾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북한이 불과 2년 만에 아시아 4위로 밀려난 것은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한때 성별을 의심 받았던 주 공격수 김증복의 은퇴는 북한 대표 팀 전력 약화에 결정타였다.

북한 여자 배구는 이후 1986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나섰으나 16개 출전국 가운데 14위(중국 1위 일본 7위 한국 8위)에 그쳤다. 올림픽은 메달을 딴 1972년 뮌헨 대회가 처음이자 2018년 현재 마지막 출전이다.

지난해 열린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북한은 한국과 태국에 0-3으로 완패했으나 이란과 베트남을 각각 3-0으로 꺾으며 나름대로 선전했다. 정진심은 베스트 리베로로 뽑혔다. 정진심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이 4강에 오르는 데 한몫했다.

북한은 이 대회 조별 리그 B조에서 4승1패를 기록해 카자흐스탄에 이어 조 2위(3위 일본 4위 대만)로 8강에 올라 태국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 중국에, 3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각각 0-3으로 져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0년 만에 4강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 선수단은 출전했으나 여자 배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오래전 영광을 되살리려는 북한 여자 배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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