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배구 연맹(FIVB)의 공식 공인구인 미카사 볼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배구가 올해 국제 대회에서 '리시브 난조'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세계 랭킹 10위)은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네덜란드 아펠도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이하 VNL) 3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세계 랭킹 22위)를 만났다. 한국은 세트스코어 0-3(11-25 15-25 16-25)으로 완패했다.

네덜란드 원정 3연전에서 한국은 브라질(세계 랭킹 4위), 네덜란드(세계 랭킹 8위)에게 각각 1-3과 0-3으로 졌다. VNL 3주차 경기를 3전 전패로 마감한 한국은 이탈리아전까지 합해 4연패에 빠졌다.

한국은 4승 5패 승점 11점으로 VNL 출전 국가 16개국 가운데 8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이번 네덜란드 시리즈에서 김연경은 물론 김수지(31, IBK기업은행)와 양효진(29, 현대건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김연경과 주전 미들 블로커 2명이 빠진 한국은 공격과 높이에서 열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리시브였다. 네덜란드와 폴란드와 경기에서는 리시브가 급격하게 무너지며 준비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브라질에 11개의 서브 득점을 내줬고 네덜란드는 13개를 허용했다. 폴란드에 서브 득점 8점을 허용한 한국은 3경기에서 무려 서브 득점만 32점을 내줬다.

한국은 배구의 첫 번째 과정인 '받기'부터 어긋났다. 사실 한국은 대회 내내 리시브 문제가 취약점으로 떠올랐다. 리시브는 예전부터 한국이 세계 강호들을 만나면 가장 고전하던 부분이었다.

▲ VNL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리시브하는 이재영 ⓒ FIVB 제공

이런 상황에서 FIVB의 공식 공인구인 미카사(MIKASA)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VNL에 출전하는 대부분 국가는 어린 시절부터 미카사만 사용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 프로 리그에서도 국산 브랜드인 스타(STAR) 볼만 써왔다.

과거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에서 뛰었던 선수 몇 명은 "미카사 볼과 스타 볼의 재질과 탄력은 매우 다르다"며 "과거에는 일주일 정도만 준비하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 때는 미카사 볼에 익숙하기도 전에 경기에 출전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숙자 KBSN 배구 해설위원은 "공인구에 대한 문제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100% 영향을 안 준다고 설명할 수 없다. 분명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배구 관계자는 "스타 볼과 마카사 볼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스타 볼은 엠보싱 처리됐고 미카사 볼과 비교해 표면이 미끄럽지 않다. 반면 미카사 볼은 스타볼과 비교해 미끄럽다"고 설명했다.

두 볼은 재질은 물론 반발력도 차이가 있다. 시대가 흐르며 여자 선수들의 서브는 과거와 비교해 한층 강해졌다. 국제 대회에서 강한 서브를 넣는 선수들은 시속 80~90KM 정도다. 가장 강한 서브를 넣기로 유명한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터키 엑자시바시)는 최고 시속이 100km를 넘는다.

이런 위력의 서브가 들어올 때 익숙하지 않은 볼을 받을 경우 리시브는 한층 어려워진다.

이숙자 위원은 "국제 대회에서 오랫동안 뛴 선수들은 어느 정도 미카사 볼에 적응한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이 공인구만 받아온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차이점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에서 토스하는 이효희, 이 대회에서는 KOVO 공인구인 스타 볼이 사용됐다. ⓒ KOVO 제공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일수록 특징이 다른 볼 때문에 애를 먹는다. 어린 시절부터 써온 볼과는 탄성과 재질이 다른 미카사 볼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들보다 올해 새롭게 대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모두 리시브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책은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FIVB는 오래 전부터 미카사 볼을 공인구로 쓰고 있고 이 브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구 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국산 브랜드인 스타 볼도 한국 배구의 역사와 오랫동안 동행했다. 치열한 스포츠 산업을 생각할 때 공인구 문제는 변하기 어렵다.

전혀 다른 공인구는 분명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탄탄한 기본기다.

이숙자 위원은 "특징이 다른 공인구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혀야 할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시브는 배구에서 가장 어운 요소로 꼽힌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없는 것이 리시브다. 배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배구 선진국처럼 유소년 시스템이 자리 잡혀야 한다. 리시브는 어린 시절부터 익혀야 한다. 늦을수록 어려운 것이 리시브"라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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