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필드하키 외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10억이 넘는 인구를 안고 있는 대국이긴 하지만 스포츠 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도에서 지난 주말 스포츠 관련 소식 두 꼭지가 전해졌다.

하나는 인도가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선다는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 축구 대표 팀 주장이 ‘경기장에 와서 (대표 팀을) 응원해 달라“고 SNS에 호소했다는 소식이다.

3일 올림픽 관련 소식을 다루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에 따르면 인도는 2026년 하계 유스 올림픽, 2030년 하계 아시안게임,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인도올림픽협회(IOA)는 2일 뉴델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아시안게임·올림픽 유치 의향서 제출 계획을 확정했다고 한다.인도는 아시아경기대회 창설을 주도한 나라로 제1회 대회를 1951년 뉴델리에서 개최했고 1982년 제9회 대회를 다시 뉴델리에서 열었다. 그러나 여름철 올림픽은 개최한 적이 없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인도가 2024년 파리 대회, 201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이 어 2032년 대회를 유치하게 되면 일본(1964년·2020년 도쿄)과 한국(1988년 서울) 중국(2008년 베이징)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하계 올림픽을 여는 나라가 된다.

여름철 유스 올림픽과 여름철 아시아경기대회를 올림픽에 앞서 유치해 개최한다는 인도의 계획은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2018년 하계 유스 올림픽은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2022년 대회 개최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22년 하계 아시아경기대회는 항저우(중국), 2026년 대회는 나고야(일본)에서 각각 개최된다.

인도에 앞서 올림픽은 연 아시아 나라들은 모두 아시아경기대회(일본, 1956년 도쿄 대회 한국, 1986년 서울 대회 중국, 1990년 베이징 대회)를 사전 대회 격으로 치른 바 있다.

인도의 올림픽 개최가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인도 스포츠 전반에 대해 살펴본다.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인도는 그리 익숙한 나라는 아니다. 글쓴이에게도 그렇다. 스포츠 팬 이던 때 인도=필드하키 정도였다. 스포츠 기자가 된 뒤에는 좀 귀찮은 존재였다. AP AFP 로이터 등 외신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스포츠 뉴스 가운데 기사화할 만한 기사를 가려내는데 인도에서 들어오는 크리켓 뉴스가 귀찮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는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답게 스포츠 역사도 만만치 안다.

아시아 나라 가운데 올림픽에 가장 먼저 나선 나라가 인도다. 영국령이긴 했지만 인도는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 노먼 프릿차드가 육상경기에 출전해 은메달 2개(200m· 200m허들)를 차지했다.

일본은 1912년 스톡홀름(스웨덴) 대회, 필리핀은 1924년 파리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1924년 파리 대회에는 인도(7명) 중화민국(4명, 개회식에만 참석) 일본(9명) 필리핀(1명) 등 아시아 나라 선수 21명이 출전했다.

이후 인도는 영국 식민지 시절을 포함해 24차례 여름철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9개와 은메달7개, 동메달 12개의 성적을 올렸다. 28개 메달 가운데 11개가 필드하키에서 나왔다.

앞서 얘기한 인도=필드하키가 깨질 실마리가 2000년대 이후 두어 차례 있었다.

인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에서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금메달을 땄다. 인도는 이 금메달 전까지 필드하키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기록했다. 빈드라는 부호인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전용 경기장을 지어 줄 정도로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인도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9개, 동메달 37개로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했다. 평년작 수준인데 눈길을 끈 종목이 있었다. 인도는 여자 복싱 3개 체급에서 금메달 1개(51kg급)와 동메달 2개(60kg급 75kg급)를 획득했다

중국(인준화 60k급 금메달)과 북한(장은희 75kg급 금메달)이 아시아의 여자 복싱 강국이지만 3개 체급에서 모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중국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인 인도에 앞서지만 실질적으로 이번 대회 여자 복싱 최강국은 인도였다.

그리고 인도는 이 성적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복싱 60㎏급 시상식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금메달리스트 인준화와 은메달리스트 박진아(한국)가 시상대에 서 있는 가운데 동메달리스트인 인도의 라이슈람 사리타 데비가 동메달 수상을 거부했다. 시상대에서 메달을 손에 쥔 채 눈물을 흘리던 데비는 박진아에게 자신의 동메달을 건넸다. 당황한 박진아가 메달을 돌려주려 했으나 데비는 박진아를 가볍게 안은 뒤 시상대를 떠났다.

준결승에서 박진아에게 0-3으로 판정패한 데비는 세컨드들과 함께 심판진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중·장년 스포츠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눈에 익은 장면이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국내에서 개최된 대회에서는 외국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인도 선수단이 소청 절차를 밟지 않아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인도 여자 복싱계로서는 뒷맛 정도가 아니라, 은메달 또는 금메달 하나가 날아갔다는 서운한 마음을 오래도록 갖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앞서 소개한 51kg급 금메달리스트는 꽤 긴 이름을 갖고 있다. 망테 청네이장 메리 콤인데 줄여서 메리 콤이라고 한다. 메리 콤은 그냥 인도 여자 복서가 아니다. 2002년(45kg급)부터 2010년(48kg급)까지 5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중간에 46kg급을 거쳤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4차례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에서는 2012년 런던 대회,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정식 세부 종목인 된 여자 복싱의 메이저 대회 최경량 체급은 51kg급이다. 40kg대 체급에서 활동하던 메리 콤으로서는 이 체급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실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그치기도 했다.

메리 콤이 격투기 선수일 뿐만 아니라 세 아들을 둔, 2014년 현재 31살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도 여성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개척자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1987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본 장면이 메리 콤의 금메달과 겹쳐 보였다. 이 대회 여자부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 선수들이 아주 짧은 바지 운동복을 입고 경기를 하는데 인도 선수들은 무릎을 덮을 정도의 긴 치마를 입고 경기를 치렀다. 인도 스포츠, 특히 여성 스포츠는 불과 20여 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

또 하나의 소식인 인도 축구와 관련해서는 이런 내용이었다.

인도는 지난 1일 뭄바이에서 대만과 인터컨티넨탈 컵을 경기를 치렀다. 인도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수닐 체트리의 활약을 앞세워 5-0으로 크게 이겼다. 이날 경기장에는 2,569명만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수닐 체트리는 SNS에 "경기장에 와서 우리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켜보며 비판해 주세요. 인도의 축구는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던 것이다.

이 대회는 인도축구협회가 2019년 아시안컵에 대비해 조직했고 케냐 뉴질랜드 대만이 출전했다. 인도는 내년 아시안컵에 아랍에미리트연합 태국 바레인과 A조에서 겨룬다. 인도가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건 1964년 이스라엘 대회와 1984년 싱가포르 대회, 2011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4번째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4강과 1964년 이스라엘 아시안컵 준우승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인도 축구계 열망에 인도 축구 팬들이 아직은 크게 호응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인 듯하다.

인도는 2013년 10월 기존의 I 리그(Indian League)와 별도로 ISL(Indian Super League)을 결성해 8개 구단으로 첫 시즌을 치렀다. 첫 시즌에는 델 피에로가 뛰기도 했다. ISL의 출범 과정을 보면 내리막길에 들어선 우수 선수를 영입하고 물량 공세를 펴는 등 MLS(Major League Soccer)의 전신인 NASL(North American Soccer League 1968년~1984년)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거대한 시장이다. 스포츠도 마케팅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인도는 그동안 스포츠 분야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 인도가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도는 스포츠 분야에서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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