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우 한화 코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투수들은 올 시즌 체인지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체인지업이 좋아졌다.

특히 휠러의 경우는 더하다. 한용덕 감독이 영상으로 볼 당시 체인지업이 그저 느린 구종에 불과했다. 송진우 코치가 가르쳐서 쓰면 좋을 것 같아 뽑았고, 실제로 송 코치에게 배운 그립으로 한결 나아진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한화의 주특기가 체인지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한화에 체인지업이 전해진 것은 언제부터이며 누구의 손을 거쳐 완성형으로 발전했을까.

1990년대 중반까지 KBO 리그엔 서클 체인지업이란 개념이 없었다.

원조는 송진우 코치다. 송 코치는 한때 강속구 투수였다. 빠른 볼을 갖고 있었지만 완급 조절이나 제구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송진우에게 체인지업은 단순히 구종의 추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송진우 코치는 "체인지업을 던지게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됐다"고 했다.

송 코치는 "1997년과 1998년 내리 10승에 실패했다.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마침 팀이 4강에 떨어지면서 1, 2군 전체가 애리조나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거기서 서클 체인지업을 배웠다. 제프라는 이름의 코치(정확한 보직 등은 기억 못함)이었는데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제프 코치는 처음엔 별 얘길 안했다. 통역이 100승 투수라고 소개하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다 손목을 강화하라는 말만 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체인지업 던지는 법을 내가 먼저 물었다. 그러니까 자세히 알려 주더라"고 말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던질 수는 있는데 자신을 갖지 못했다. 아무래도 공이 느리다 보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걸 타자들이 속을까' 그러나 실전에서 쓰며 자신감이 생겼다.

타자들은 새로운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체인지업이 되면서 직구도 덩달아 살아났다. 솔직히 그때까지 슬라이더나 커브도 잘 못던졌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두 개 모두 재미를 많이 봤다. 슬라이더도 몸 쪽뿐 아니라 바깥쪽도 던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999년 15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게 됐다. 그때부터 제2의 전성기가 열리게 됐다.

▲ 역투하는 휠러. ⓒ곽혜미 기자

이 체인지업은 대투수 류현진에게도 전수가 된다. 구대성을 거쳐 류현진에게 전해지며 최고의 구종으로 떠오른다.

류현진이 본격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신인이던 2006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중 한화와 입단 계약한 구대성이 대회 후 팀에 합류한 뒤 전수해 준 것이다.

매우 짧은 시간에 습자지처럼 체인지업을 익힌 류현진은 이내 한국 프로 야구를 평정해 내고 말았다. 구대성은 "몇몇 후배들에게 비슷한 노하우를 전해 준 적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현진이가 빠르게 익히는 능력이 있었다"고 감탄한 바 있다.  

원조는 역시 송 코치였다.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알려준 선수가 바로 송진우 코치이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어느 날, 송진우는 훈련 도중 구대성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게 된다. 1998년 마무리 캠프에서 배워 온 서클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당시 구대성은 포크볼 계열의 체인지업은 장착하고 있었지만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고 중지와 약지,소지로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은 던지지 않고 있었다.  

놀라운 것을 구대성의 소화력이었다. 단 며칠 만에 서클 체인지업을 익혔다. 곧 실전에서도 활용했다. 기막힌 컨트롤로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운다. 특히 일본과 3위 결정전에서 보여 준 위력투의 뒤에 바로 서클 체인지업이 있었다.  

송진우는 "구대성은 워낙 뛰어난 투수이기 때문에 내가 뭘 가르쳤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이런 공도 있는데 한번 던져 보지 않겠냐고 말을 건넸더니 금세 자기 걸로 만들어 냈다"며 "처음엔 공이 잘 가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도 겪은 혼란이었다. 그러나 타자를 상대로 써보고 잘 먹힌다는 걸 알게 된 뒤 위력이 배가됐다. 훌륭한 투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진우 코치의 체인지업은 '제프'라고만 기억에 남아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미국 코치에게서 전수 받은 것이다. 송진우 코치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면 일부러 다가가 배우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미국으로 캠프를 떠나도 무명 코치에게 먼저 다가가는 선수는 많지 않다. 송 코치의 열정이 지금 한화에 체인지업을 꽃피운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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