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승리를 이끈 골로빈과 체리셰프(왼쪽부터).
▲ 사우디를 압도한 끝에 승리한 러시아.
▲ 사우디를 압도한 끝에 승리한 러시아.
▲ 사우디를 압도한 끝에 승리한 러시아.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러시아가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으로 16강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물론 판단은 아직 이르다.

러시아는 14일 밤 12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완파했다.

러시아 4-2-3-1, 사우디는 4-3-3. 형태로는 비슷해보였지만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전술을 준비한 러시아가 뜻대로 경기를 풀었다. 결과는 합격점이지만 16강행을 가늠하려면 아직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가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사우디가 약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러시아: 수비할 땐 4-4-2, 두 줄 수비와 역습으로 짜임새 입증

러시아는 주도하진 않았지만 경기를 뜻대로 풀었다. 기록이 증명한다. 러시아는 40% 점유율로 경기를 마쳤다. 패스 정확도도 78%로 사우디(86%)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슈팅 수에서 13-6으로 크게 앞선 데다가 유효 슈팅도 7개나 기록했다. 사우디의 유효 슈팅은 0개다. 

러시아 전술적 핵심은 '두 줄 수비에 이은 역습'이었다. 준비된 전술이었다. 러시아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두 줄로 세웠고, 사우디 선수들이 공을 잡는 순간을 노려 압박했다. 그리고 수비할 땐 4-4-2 형태로 전환했다. 원톱 표도르 스몰로프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 알란 자고예프가 전진했다. 전반 24분 자고예프 교체 이후엔 알렉산드르 골로빈이 투톱 형태로 사우디 수비진을 압박했다. 투톱이 최전방에 배치되면 포백의 중앙 수비수 2명을 1대1로 압박할 수 있다. 빌드업을 흔들기엔 투톱이 유리한 면이 있다.

러시아는 공을 빼앗는 순간 곧장 직선적으로 역습으로 전환했다. 러시아가 역습을 전개할 땐 공간을 향해 전진패스가 이어졌다. 단순했지만 위협적이었다. 스몰로프가 수비수를 등지는 움직임과 침투 움직임을 번갈아하면서 수비수를 괴롭혔다. 동시에 공격 2선에 배치된 선수들이 활발하게 직선적으로 움직였다.

▲ 허탈한 사우디 선수들.

◆ 사우디: 짧은 패스 고집하며 패스 실수로 자멸

사우디가 부진해 러시아의 경기력을 돋보이게 했다. 우선 공격 템포가 크게 떨어졌다. 특기인 개인 돌파는 신체 조건이 우월한 러시아의 압박에 막혔다. 불필요한 터치가 많아 패스 속도도 살리지 못했다. 결국 두 줄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뒤로 밀려나오길 반복했다. 수비진도 빌드업 때 러시아 공격수들의 압박에 성급한 처리가 이어졌다. 부정확한 패스는 곧 역습 빌미가 됐다.

러시아의 수비 뒤 공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도 전술적 실수였다. 러시아 수비수들은 신체 조건이 좋지만 발이 느리다. 수비 뒤 공간에서 속도 싸움을 벌이는 것이 대안이었다. 수비 뒤 공략은 직접 득점하지 못해도 전술적 가치가 있다. 수비 뒤를 노리면 러시아 수비진을 물러나게 유도해 공간을 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는 짧은 패스를 고집했다. 후방에서만 공이 돌았고 최전방 공격수 모하메드 알 살라위는 17번 터치만 기록한 채 후반 40분 교체됐다.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우디는 결국 역습에 무너졌다. 전반 12분 만에 3번의 코너킥을 줬다. 그리고 3번째 코너킥에서 결국 유리 가진스키에게 선제 실점했다. 전반 43분에도 패스미스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골로빈-로만 조브닌-데니스 체리셰프로 부드럽게 패스 연결이 됐고, 체리셰프가 허둥거린 사우디 수비수들을 제치고 왼발 슛으로 득점을 올렸다. 후반전 초반 잠깐 힘을 냈던 사우디는 곧 침체에 빠졌고 3골이나 더 얻어맞으면서 무너졌다.

▲ 체르체소프 감독의 자신만만한 얼굴.

◆ 감독의 변: "러시아가 잘했다. 반면 사우디는 좋은 형태를 보여주지 못했다." 

5골 차이 대승이다. 러시아가 큰 승리를 거둘 만큼 강했을까? 분명 러시아의 경기력은 짜임새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사우디의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두 팀 감독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경기 뒤 '패장' 후안 안토니오 피치 감독은 "러시아가 잘했다. 반면 우리는 좋은 형태를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가 우리를 놀라게 할 모든 것들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좋지 않았던 경기력이 결과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전략을 수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기력을 칭찬했지만, 사우디의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감독도 방심하지 않는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에 따르면 체르체소프 감독은 "우리는 첫 발을 내딛었다. 더 강한 상대가 있다. 모하메드 살라가 있든 없든 이지트는 분명 강한 상대"라면서 이집트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별 리그 첫 경기 뒤 내놓을 수 있는 반응이지만, 동시에 사우디의 전력이 분명 다른 팀들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에 확실히 방심은 금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