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태극전사.
▲ 고개 숙인 이재성.
[스포티비뉴스=월드컵 특별 취재팀 유현태 기자] 수비가 잘 버텼지만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신태용호는 지나치게 엉덩이를 빼고 경기를 치르다가 결국 변변한 반격을 해보지 못하고 통한의 페널티킥에 무너졌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배했다.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빼들어 깜짝 카드를 내놨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이 워낙 높이가 좋아서 대비했다. 실점을 전반에 안하고 후반에 전술을 바꿔서 역습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공세를 막고서 역습을 하겠다는 의도. 하지만 신 감독의 의도는 경기에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 주저앉은 기성용.

◆ 주저앉은 수비…스웨덴은 페널티박스에 계속 공을 투입했다

수비는 일단 괜찮았다.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조현우가 전반 20분 마르쿠스 베리와 1대1로 맞선 장면에서 선방을 펼쳤고, 김영권도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스웨덴의 슛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 1차 목표였던 '실점하지 않기'는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

실점을 두려워 한 나머지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물러난 것이 문제였다. 스웨덴의 공세가 강했지만 그래도 페널티박스 밖까진 밀고 나와야 했다. 

한국의 최종 수비 라인은 페널티박스 안까지 물러난 채 스웨덴의 공세를 받았다. 미드필더는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페널티박스에서 5~10m 정도 앞에 진을 쳤다. 스웨덴 선수들은 편안하게 한국의 위험 지역까지 전진했다. 여기에 선수들이 간격 유지에만 신경쓴 나머지 적극적으로 후방의 선수들을 압박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고 마냥 물러서기만 했다.

스웨덴은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이 크로스 패턴에 비교적 잘 대응하자 다른 방식의 공격도 펼쳤다. 중앙 수비수 그랑크비스트가 순간적으로 전진했다. 전반 18분 최전방 베리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아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했다. 김영권의 태클이 아니었다면 이른 실점이 나올 수도 있었다. 중앙 수비수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전진할 때까지 한국의 미드필더는 제대로 된 압박을 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패턴은 측면이 아닌 중원에서 한국의 수비 뒤를 노린 패스를 한 것이다. 전반 44분 베리가 가슴 트래핑으로 장현수를 제치고 크로스를 올린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가 들어간 것이 1차적 문제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롱패스가 정확히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앞쪽 1선의 공격수나 미드필더들이 완전히 키커를 방해하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미드필더가 지나치게 물러나서 스웨덴 중원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골대까지 멀었다" 손흥민이 고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 "스웨덴 골문까지 거리 멀어"…역습하지 못한 이유

역습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앞서 열린 멕시코-독일전은 한국에 '교훈'을 준 경기였다. 멕시코의 위협적인 역습은 최후방에서 간신히 공을 걷어낸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중원부터 독일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공을 끊어낸 뒤 역습으로 전개했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빼앗는다는 것은 곧 역습 때 돌파해야 할 수비 숫자가 적고 동시에 상대 골문까지 거리가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수비 라인을 깊이 내려놓으면 역습을 전개하고 싶어도 스웨덴 골문까진 70m 이상 먼 거리가 남았다. 스웨덴의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수들도 후방을 지키고 있어 역습을 전개하긴 어려웠다.

역습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한국이 보여준 것은 많지 않았다. 전개 방식 역시 유기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아니라 손흥민의 개인기를 살렸을 뿐이다. 전반 31분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그랑크비스트를 돌파했지만 반칙에 끊겼다. 전반 34분 손흥민이 전진한 스웨덴 풀백의 뒤를 노려 직접 센터라인부터 골라인까지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린 것이 또 하나 좋았던 장면. 이외엔 역습다운 장면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경기 뒤 손흥민도 "공격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많이 아쉽다. 계속 수비하는 입장에서 볼을 뺏으면 (스웨덴 골까지) 거리가 멀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득점에 성공한 스웨덴의 포효. 실수로 무너졌다.

◆ 한국이 하고 싶은 것을 스웨덴이 했다…'실수로 시작된 역습과 VAR'에 무너졌다

한국은 결국 실수에서 수비에서 시작된 역습에 무너졌다. 한국이 바랐던 장면을 스웨덴이 만들었다. 후반 19분 빌드업하는 한국을 스웨덴이 압박했다. 장현수가 롱패스를 시도하려다가 멈칫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장현수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걷어낸 것이 포르스베리에게 차단되면서 역습이 전개됐다. 한국이 허둥지둥 수비로 내려오면서 조직이 깨졌다. 결국 크로스를 조현우가 흘리고 김민우가 클라에손을 넘어뜨리고 말았다.

한국의 역습이 진행됐지만 호엘 아길라르 주심이 VAR 판독을 진행했다. 공은 김민우의 발에 닿지 않았지만 클라에손을 넘어뜨렸다는 판정. 결국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한 뒤 전개되는 빠른 역습. 스웨덴은 한국이 노리려고 했던 역습의 형태에서 결국 골을 만들었다. 마지막 10분 동안 뒤늦게 스웨덴을 두드려봤지만, 스웨덴은 아예 수비로 전환한 상태. 이탈리아의 맹공도 견뎠던 스웨덴은 수비 조직이 단단했고, 황희찬의 헤딩 슛마저 골대마저 외면하면서 한국은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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