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도 힘을 쓰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축구만의 뚜렷한 색이 보이지 않았다. 스웨덴전에서 불과 1골 차이로 패배했지만 답답했던 이유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배했다.

FIFA 랭킹 24위의 강호 스웨덴과 1골 차 대결을 벌였다면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한국의 순위는 57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누가 봐도 한국의 열세. 그런데도 신태용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수비는 강하지만 공격은 특별할 것이 없다.' 스웨덴의 경기 운영도 전력도 예상 범위에 있었다. 4-4-2를 예상대로 들고나왔고 선발 명단도 빅토르 린델뢰프가 감기로 제외된 것을 빼면 그대로였다.

스웨덴을 잘 알고 있는 한국도 나름대로 항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전반전에 높이에 대해 적응하면 후반전 포메이션 변화로 속공을 펼치려 했다"고 밝혔다. 거의 전원이 수비 지역에 내려왔다. 스웨덴의 공격 방식을 다분히 인식한 대응이었다. 요주의 인물 에밀 포르스베리는 비교적 잘 막았다. 올라 토이보넨과 마르쿠스 베리 투톱의 높이가 만만찮았지만, 수비수들이 고군분투하며 막았고 정말 위험한 상황에선 조현우 골키퍼가 환상적인 선방도 펼쳤다. 

▲ 기성용도 수비에 힘을 쏟았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무슨 색이었을까. 스웨덴전에선 한국의 '스웨덴 대응책'만 확인했다. 스웨덴의 골을 어떻게 막을지는 보였지만, 한국이 어떻게 공격할지는 알기 어려웠다.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완성도가 크게 떨어져 확인하기 어려웠다. 

스웨덴스포츠 매체 풋볼스카날렌에 따르면 스웨덴 전 공격수 헨릭 라르손은 경기 뒤 ITV에 출연해 "한국은 매우 좋지 않았다(Very Bad). 그들은 마지막 10분 전까지,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평소 공격적인 경기를 즐기는 신 감독 스타일은 없었다. 강조했던 돌려치기도 실종됐다. 전반 15분께까지 김신욱에게 롱패스하고 세컨드볼 싸움을 하면서 스웨덴을 당황케했지만 그 뿐이었다. '승부수'로 준비했다는 '선 수비 후 역습'에서 수비는 괜찮았으나 '역습'을 찾기 어려웠다. 손흥민이 전방으로 뛸 때 기대감이 일었지만 그마저도 전반에 2차례 정도 뿐이었다. 수비 전술도 결국 승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승리가 지상목표는 아니라지만 이기기 위한 길은 보여야 했다.

한국이 하려는 축구는 대체 어떤 것이었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해 한국은 '무색무취'가 됐다.

▲ 고개를 숙인 한국 선수들.

한국 선수들도 제각각 장단점이 있고 분명 특정 측면에선 스웨덴을 압도할 수도 있었다. 김신욱은 전반 초반 스웨덴 수비진을 높이에서 압도했다. 손흥민은 발이 빠르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황희찬은 저돌적인 움직임이 장점이고 기성용은 정확한 롱킥을 갖고 있다. 이재성은 영리하게 공간을 찾아다니고 원터치패스로 공격 흐름을 살리는 것이 특기다. 

기용한 '선수'들은 있었지만 조직된 '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신욱은 높이를 살리기 위해 최전방에서 공을 기다렸지만 동료들은 모두 수비 진영에 내려가 있었고 패스는 부정확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 유벤투스같은 클럽을 무너뜨린 골잡이 손흥민은 공격보다 수비를 해야 했다. 황희찬도 전방 압박할 일이 없었고, 기성용도 패스보다 수비를 해야 할 일이 더 많았다. 이재성은 공간이 없어 스웨덴 선수들을 1대1로 제쳐야 했다. 

손흥민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공격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많이 아쉽다. 계속 수비하는 입장에서 볼을 뺏으면 (스웨덴 골까지) 거리가 멀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FIFA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03km를 뛰었다. 스웨덴은 102km를 뛰었다. 큰 차이는 아니다. 워낙 수비적인 경기를 해 뛸 기회가 많진 않았지만 하루 먼저 열린 독일-멕시코전에서 각각 110km, 106km를 뛰었다는 점을 고려면 한국이 '투지' 넘치는 경기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 축구의 정수인 듯 말하는 투지가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한 구호라곤 하지만, 차라리 악바리처럼 달려들기라도 했더라면.

한국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최정상에 비해서 떨어진다. 하지만 이란이 모로코를 꺾고,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비긴 것은 개인 기량 때문이 아니다. 이란도, 아이슬란드도 확고한 색을 갖추고 '팀'으로 싸워 승점을 따냈다.

여러모로 어려웠다.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신태용호가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주전 선수 여럿이 부상해 이탈하는 악재도 있었다. 그래도 월드컵 무대에서 최소한 한국 축구가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 했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그 실마리는 쥐고 있단 걸 보여야 했다. 남은 180분 동안 신태용호는 어떤 색깔의 축구를 보여줄까. 이젠 결과보다도 그 해답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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