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4년 전 완패를 설욕했다. 행운을 놓치지 않고서.
▲ 일본이 4년 전 완패를 설욕했다. 행운을 놓치지 않고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행운이 있었지만 승리로 바꾸는 데는 분명 일본의 실력이 필요했다. 

일본은 1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아레나에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 리그 콜롬비아와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일본 처지에서 보자면 행운이, 또한 콜롬비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악재가 닥쳤다. 전반 3분 만에 카를로스 산체스가 팔을 뻗어 가가와 신지의 슛을 저지했고, 명백한 득점 기회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페널티킥과 함께 퇴장이 선언됐다. 가가와는 페널티킥을 놓치지 않고 득점했다. 콜롬비아로선 실점하더라도 11명이서 90분을 뛰는 것이 나을 뻔했다.

행운이 찾아왔다고 모든 이들이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행운을 승리로 바꿨다. 후반전 경기력으로 콜롬비아를 압도했다. 일본은 승점 3점을 얻을 자격이 있었다.

▲ 경기를 뒤흔든 '빨간딱지'

◆ 87분을 '10명' 콜롬비아와 싸운 일본…느슨했던 전반전은 실패

일본은 87분을 유리하게 싸울 수 있었다. 제 아무리 콜롬비아의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1명의 부재는 클 수밖에 없었다.

1골의 리드와 1명 수적 우세. 일본은 경기를 느슨하게 운영했다. 뒤로 물러나 콜롬비아의 공격을 방어하고, 역습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게 화근이 됐다. 

콜롬비아도 패스 줄기를 찾는 데 애를 먹었지만, 측면에서 개인기를 활용해 일본 수비수들을 공략하면서 동점을 노렸다. 최전방에 있는 라다멜 팔카오는 수비 뒤 공간을 노리거나 일본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등지면서 프리킥을 얻으려고 했다. 전반 39분 후안 킨테로의 프리킥도 팔카오가 얻어낸 반칙에서 시작됐다. 결국 일본은 프리킥에서 수비벽 아래를 노린 킨테로에게 실점하면서 전반전을 1-1로 마쳤다.

결과만 동등했던 것이 아니다. 전반전에도 42분 동안 상황은 유리했지만, 실질적인 경기력 우위는 느끼기 어려웠다. 니시노 아키라 일본 감독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수적 우위로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콜롬비아가 워낙 잘해 전반은 사실상 수적 우위가 없었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 "아직 승점 3점 뿐"이라며 방심하지 않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

◆ '전략 수정' 일본, 지속적인 수비 뒤 공략…경기력에 부응한 오사코 결승 골

일본은 후반 들어 경기 전략을 바꿨다. 1-1로 무승부가 된 마당에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 강력하게 콜롬비아를 압박해들어갔다. 공격 전략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 포백이 모두 후방을 지켰던 것과 달리 나카토모 유토와 사카이 히로키를 적극적으로 전진시켰다. 최전방 공격수와 날개 공격수 2명 여기에 풀백까지 사실상 5명이 번갈아 콜롬비아 최종 수비 라인 뒤로 침투하면서 공격했다. 후반 초반 당장 득점을 노린 것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수비 뒤를 노리면서 콜롬비아를 압박하는 포석을 뒀다. 승리로 연결될 징검다리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수비 뒤를 지속적으로 공략당하자 콜롬비아 수비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미드필더들도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와야 했다. 사실상 콜롬비아는 코너에 갇혔다. 역습을 하려고 해도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까지 거리가 지나치게 멀었다. 일본이 전방부터 확실하게 압박도 시도한 탓에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의 질도 크게 떨어졌다.

일방적 흐름이 됐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콜롬비아도 체력 소모가 늘었다. 10명이서 전반전을 보내고, 후반전 일방적인 수세에 몰리자 체력이 뚝뚝 떨어졌다. 일본의 공격은 더 거세지고 또 날카로워졌다. 후반 12분 이누이 다카시, 후반 16분 사카이가 연이어 콜롬비아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리고 일본이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28분 혼다 게이스케가 연결한 패스가 사카이에게 연결됐고, 사카이는 스트라이커 오사코 유야에게 투입한 뒤 리턴을 받아 강력한 슛을 시도했다. 콜롬비아 수비진이 발을 뻗어 막았지만 코너킥이 선언됐다. 그리고 이 코너킥을 오사코가 머리로 받아 넣으면서 일본이 사실상 승리를 일본 쪽으로 끌어왔다. 이미 체력이 떨어진 콜롬비아는 반격할 힘이 조금 부족했다. 일본이 전략 수정으로 후반전을 압도한 결과가 곧 승리로 이어졌다. 니시노 감독은 "후반에 볼 컨드롤이 잘 됐고, 우리의 게임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행운은 준비된 자가 잡을 수 있다고 했던가. 일본이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콜롬비아를 압도하면서 8년 만에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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